안녕하세요 오늘은 독일에서 고양이 임시보호하기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혹시 동물 좋아하시나요?
독일도 출산율이 낮은 국가 중 하나인데요, 출산율이 30%면 반려동물 키우는 건 70% 라고 할 정도로 반려동물을 더 많이 키우고 있는 거 같아요. 무엇보다 반려동물에 대한 법과 보험이 잘 되어있어서 반려동물의 천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강아지의 경우에는 강아지 세금을 년소득에 따라 몇 퍼센트 내야 하고 보험가입도 해야 하며 집에서 대소변을 보는 우리나라 가정집 환경과 달리 독일에서는 배변 훈련 자체를 실외에서 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아기강아지의 경우 하루 6회 이상 산책해야 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산책의 비중보다는 대소변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성견일 경우에는 3~4번 정도 나가야 하고, 만약 산책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를 지켜보는 이웃들로 하여금 신고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강아지의 권리도 중요시하며 강아지들만 들어가는 공원이 따로 있을 정도랍니다. 또한 대중교통, 카페, 식당, 백화점 등 강아지도 같이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를 키우시는 분들은 개와의 생활이 한국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에요. 그다음으로 많이 키우는 어쩌면 개보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을 거예요. 독일에서는 고양이가 개와 같은 동물 범주에 속하지 않아요. 이 부분이 좀 의아하긴 했는데요, 물고기랑 같은 범주에 속하더라고요. 그래서 꼭 등록해야 하는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따로 등록하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아요.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많은가 싶기도 해요.
또 독일에서는 길냥이가 거의 없어요. 길냥인가 싶어도 대부분 산책냥이었고, 혹여 집을 나가서 길냥이가 되어도 금방 구조되곤 해요. 고양이 특성상 가출을 하는 일이 더러 발생하기 때문에 잃어버린 고양이를 전문적으로 찾아주는 곳도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더 좋아했어요. 심지어 저는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쪽이에요. 왜냐하면 어렸을 때 고양이에게 얼굴을 할퀴었던 경험이 있어서 약간의 트라우마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집 앞에 산책을 나가면 꼭 마주치는 고양이가 5마리가 있는데, 자주 보다 보니 정이 드는 거예요. 아무래도 제가 사는 곳이 시내가 아니라 약간 시외다 보니깐 더 고양이를 마주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시내는 고양이들이 집안에 있으니 길에서 마주칠 일은 없었으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고양이를 자주 보다 보니까 무서웠던 마음은 사라지고 귀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안 그래도 반려동물을 들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더 고민이 되기 시작했죠. 그런데 귀여운 마음만으로 덜컥 입양을 하기에는 자신이 없고 해서 임시보호를 먼저 경험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임시보호를 신청하게 되었어요. 유기묘를 돕는다는 좋은 명분도 있고 암울한 독일 겨울에 반려동물과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죠. 때마침 긴급하게 당장 임시 보호처가 필요한 고양이 2마리 있었고 그게 바로 레오랑 토비였어요. 보통 임시보호가 필요한 동물들이 많기 때문에 위탁자가 임보 할 동물을 선택할 수 있거든요. 근데 저는 당장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서 임보신청 하루 만에 레오랑 토비를 임보 하게 된 거였죠. 그런데 너무나 운이 좋게도 레오와 토비는 사람을 좋아하고 아파트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데 적합한 아이들이었어요.
혹시나 저처럼 임시보호를 희망하시는 분을 위해서 임시 보호 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지역마다 동네마다 동물보호단체기관이 있어요. 구글에 본인이 사는 동네이름, 우편번호, 그리고 강아지면 강아지힐페라고 검색하시면 여러 단체사이트가 나올 거예요. 사이트를 둘러보시고 마음에 드시는 곳과 연락하시면 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집이랑 가까운 곳을 추천드려요. 왜냐하면 집이랑 가까워야지 동물을 직접 데리러 갈 때 부담이 없고 무슨 문제가 생겼거나 병원에 가야 할 때 그 동물보호단체기관이랑 협력하는 동물 병원이 보통은 기관과 가까이 위치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여러 가지 고려사항들을 잘 살펴보시고 메일로 임시보호를 하고 싶다고 연락하시면 그쪽에서 임시보호 신청서를 보내와요. 그러면 임시보호 신청서를 작성하셔서 다시 메일 보내면 그쪽에서 전화연락이 옵니다. 전화통화로 신청서에 대한 내용이랑 동물을 키운 경험이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체크사항들을 다시 확인해요. 그리고 코로나전에는 기관에서 직접 집에 방문해서 집의 환경을 살펴봤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기관에서 직접 방문하지는 않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확인해요. 이 부분은 기관마다 다르니 기관 상황에 따라서 진행하시면 되세요. 임시보호가 확정이 되면 동물 사진들을 보고 선택하실 수도 있고 바로 당장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임시 보호하시면 되세요. 임시 보호 기간도 위탁자가 정할 수가 있는데요, 가급적이면 입양 갈 때까지 임보 해주는 위탁처를 선호하고 입양 갈 때까지 책임진다는 마음을 가지시고 임하시면 되세요. 임시보호 했다가 입양되기까지 보통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개월 혹은 그 이상 걸릴 수도 있어요. 그래서 임시보호가 많이 길어질 경우 입양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해요. 임시보호 하실 때 주의사항은 특별히 없고 고양이나 개가 문제가 있을 때 꼭 기관에 먼저 연락하신 후 지정된 병원에 방문하셔야 해요. 임시 보호 할 때 들어가는 비용은 동물에 대한 식비 말고는 없어요. 병원비나, 용품 같은 것은 기관에서 100% 지원을 해주는데 임시 보호가 끝나면 용품은 당연히 다시 돌려줘야 해요. 그리고 임시 보호 하는 기간 동안 입양을 위해 사진이나 영상 협조를 해주셔야 해요. 선택사항이긴 하는데 빠른 입양을 위해서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진이랑 영상을 많이 찍으셔서 기관에 보내줘야 입양자들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아져요.
저는 고양이 레오랑 토비를 총 2달의 기간 동안 임시보호를 했었고요. 사진과 영상은 2일에 한 번꼴로 기관에 보내서 입양될 수 있도록 협조했어요. 운이 좋게도 좋은 가정이 나타나서 레오와 토비 같이 입양확정이 되었고, 입양확정되었다고 해서 바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입양자와 위탁자가 서로 조율하여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에 데려갈 날짜를 정해요. 저는 2주간의 시간을 가지면서 입양자가 저희 집에 방문하여 아이들과 인사하고 친해질 시간도 가지고 입양자가 준비해 온 담요와 장난감으로 놀아주면서 냄새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그 덕분인지 레오랑 토비가 새로운 집에 가서 바로 적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현재 새 가정에서 보내온 사진과 영상을 보면 세상 편해 보일 수가 없어요. 막상 떠나는 날 너무 슬펐고 레오랑 토비도 가기 싫어했지만, 입양이 되었으면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기를 바라며 축복해 주는 것이 임보자의 숙명 같아요. 또 우리가 잘 돌본 덕분에 입양의 기회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사실 우리가 입양할까도 많이 고민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우리 가정보다는 준비되어 있는 가정에 레오와 토비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가정에 보내는 것이 레오토비에게 더 좋은 삶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잘 보내주었네요. 처음에는 내가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한 임시보호였지만 사실은 레오 토비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았고 위로를 받았고 행복함을 많이 느꼈었어요. 힘든 독일 생활에서 그들이 와주어서 너무 감사한 날들을 보냈던 것 같아요. 임시 보호하면서 우리가 좋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합니다. 우리보다 더 좋은 가족이 나타나면.. 이별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고요.
임시보호하다가 입양하기
1. 한 마리당 170~180유로 책임비 지불.
2. 보험가입하기
2023년 1월 14일
레오와 토비가 입양 갔어요. 우리보다 더 좋은 가족이 생겨서 너무 기쁘고 감사해요. 레오, 토비가 입양 가고 휑 한 집과 허전한 마음 한 구석이 어딘가 모르게 아려오더라고요. 내가 좋은 가족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
다행히 우리는 레오와 토비의 새로운 가족과 계속해서 연락하고 방문도 하며 잘 지내고 있어요. 가서 보니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확인하고 마음이 안심이 되었답니다.
처음 임시보호를 할 때 만해도 계속 임보를 할 생각이었는데 이별을 감당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임보는 중단한 상태고요, 대신 우리와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는 중이에요. 이번 일을 경험하고 나니 분명 어딘가 우리를 기다리는 친구가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