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을 좋아했었어요

상쾌한 비

by 바카


오늘 베를린은 비가 내립니다.


그 곳은 어떤가요?


저는 어릴 적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했었어요.


빗소리가 좋아서 창가에 앉아 한참을 바라보기도 하고,


손을 뻗어 빗물을 맞기도 하고,


우산없이 거리에 나가 비를 맞으며 걷기도 했었죠.


그런데 이제는 비 오는 날이 싫어요.


빗물에 젖는 옷의 감촉도 싫고,


우산을 들고다는 것도 거추장스럽고,


빗물에 젖은 신발을 씻는 것도 싫고,


빗물에 더러워진 현관을 청소하는 것도 싫어요.



이런 일들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였을 때는 좋았지만,


이제는 모든 뒷감당이 내 몫이 된 지금은


비 오는 날이 달갑지가 않네요.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비가 반갑고 좋았어요.


어릴 적 비를 좋아하던 나를 그리워 비가 오는 거리로 나갔어요.


토도도독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괜시리 코끝이 찡해지네요.



마흔이 되니 서글픈 감정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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