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부터 배워야 하나요?

by 바카



기초가 탄탄하면 당연히 좋다! 그러나 그림 쪽으로 완전히 문외한인 나는 일단 내 방식대로 자유롭게 표현해 보고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한 기초를 찾아보고 연습하는 식으로 그린다. 그러다 보면 부족한 부분들이 채워지게 되고 결국에는 기초가 탄탄해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어딘가 모순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쳐보니 정말 그렇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칠 때 우리가 기초부터 가르치지 않고 재료만 던져주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표현하게 하지 않나.


자기만의 표현 방식으로 계속 표현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자기만의 색깔을 찾게 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특히나 요즘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잘 그리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나의 생각들을 잘 표현해 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 그림을 계속해서 보고 싶어 지거나, 그 그림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 같거나, 내가 느끼는 감정과 너무나 똑같아서 공감이 된다거나, 뭔가 내게 말을 하는 것 같은 그림으로 느껴진다면 그 그림은 이미 너무 잘 그리고 좋은 그림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베를린에는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있다. 나는 미술관보다 이름 없는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더 좋아한다. 작가의 프로필은 보지 않는다. 그냥 그림을 본다. 그림을 보면서 내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 앞에 서서 한참을 보며 그림을 탐구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무엇을 표현하고자했을까?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생각을 했을까? 물감을 어떻게 이렇게 짰을까? 어떤 도구를 사용했을까? 등 이렇게 계속해서 궁금하게 하는 그림들이 좋다. 물론 꼭 어떤 의미나 내용이 있어야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봤을 때 내가 좋으면 좋은 그림인 것이다. 김춘수의 꽃처럼.


나는 그냥 그림이 좋아서 그림을 그린다. 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그려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생의 반전이 있어서 호기심이 생기는 삶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네 삶의 희로애락을 마구마구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싶다. 행복, 기쁨, 슬픔, 절망, 분노, 우울 등 살면서 겪는 모든 순간의 다양한 감정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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