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재료부터 일단 써볼게요.

마카

by 바카



아이 키우는 집이라면, 미술 재료 하나쯤은 다 있을 것이다. 우리 집에도 다양한 미술 재료가 있다. 퀄리티는 제쳐두고 수채화, 마카, 아크릴, 포스터물감, 수채색연필, 오일파스텔, 파스텔 등등

그림을 그리면서 미술 재료가 많아진 게 아니라, 육아를 하며 자연스레 늘어간 재료들이다. 무엇보다 육아템 중에서 내가 가장 애정하는 템이 바로 미술템이기도 하다. 일단 그림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접근하기가 쉽고 글을 몰라도 되며 그리는 법을 몰라도 된다. 말 못 하는 아이에게 색연필 하나 쥐어주면 스케치북에 마구마구 낙서 같은 선을 그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다. 아이가 질려할 때쯤 다른 재료를 던져주고 하다 보면 아이도 즐겁고 시간도 잘 가고 육아는 편해진다. 그러다 보니 재료가 하나 둘 늘어갔다. 물론 막 쓰는 용도라 좋은 제품은 아니지만, 아이가 쓰고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 덕에 나는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편하게 육아를 하기 위해 열심히 사다 날랐는지도 모르겠다.


디지털 드로잉만 하던 어느 날 약간의 그림 권태기가 왔다. 디지털로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아날로그가 주는 감성이 그리워졌다. 그리고 그림입문을 아이패드로 하다 보니 실제 재료의 느낌을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딱딱한 패드에 그림을 그리다 보면 내가 어떤 질감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더 잘할 수 있는지 알 길이 없이 시각적인 자극만 계속해서 주어졌다.


사실 그림입문자에게 디지털 드로잉은 접근도 쉽고 간단해서 그림을 그려보고 싶으신 분에게 무조건 추천이다. 비싸긴 하지만 아이패드와 펜슬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여타 다른 재료를 살 필요가 없는 점도 한 몫한다. 미술은 재료값이 어마무시하니까. 역시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데 재료값이 아까워서 시도하지 못했었다. 그러던 차에 아이패드를 갖게 되어 디지털 드로잉으로 먼저 시작을 했던 것이다.


이러한 여러 이유들로 회화를 그릴 엄두를 못 내다가 이번 참에 해보자 마음을 먹었다. 먼저 어떤 재료를 사용해 볼까 하다가 집에 방치되어 있는 재료부터 사용해 보기로 했다. 그중 아이들에게 찬밥 신세인 마카펜을 먼저 꺼내었다. 안 나오는 펜이 절반이나 있었다. '이래서 안 갖고 놀았구나.', 이 참에 물건 정리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물론 내가 맘에 드는 색으로 그릴 수는 없었지만 재료의 특징을 탐색하기에는 충분했다.


마카는 긁는 소리가 좋으면서도 거슬렸다. 한 번에 쓰으윽 그려야 색이 얼룩지지 않았는데 그렇게 그리기가 쉽지 않았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을 보며 재료 탓으로 그림을 끝냈다. 알뜰하게 다 사용하고 버리는 것 같아 한 편으로는 시원했다.

자, 내일은 또 어떤 재료를 쓰며 정리를 해볼까?





그림 그리는 엄마 옆에서 둘째가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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