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미술인데 비싼 재료를 사야 하나? 이제는 쓰지 않는 구석 어딘가 처박혀 있는 아이들 물감으로 그리다 보니 어딘가 아쉬움이 생겼다. 물감 색깔이 이렇게 칙칙했나? 미술 용품점을 기웃거려 본다. 물감 가격을 보고 너무 놀라 뒤 돌아 나왔다. 큰 맘먹기 전에는 돈을 지불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몇 주를 고민 끝에 다시 찾아간 미술 용품점에서 물감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또 사지 못하고 다시 뒤 돌아 나왔다. 인터넷은 저렴하지 않을까 하고 뒤적여보니 인터넷이 더 저렴했지만 그 저렴한 가격도 내게는 비싸게 느껴졌다. 그래서 몇 날 며칠을 고민만 하다가 남편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에 그 정도는 투자해야지."라는 말에 "그래, 나 자신에게 이 정도도 못 사주나" 싶어 확 질렀다.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받은 좋은(?) 고급 물감은 바라만 보아도 좋았다. 막 쓰자니 아까워 한 며칠 바라만 보다가 '아끼다 똥 되지' 싶어 붓을 들었다. 새 물감으로 붓 터치 몇 번에 '아 재료빨이 필요했구나.. 나 같은 초보에게는 재료빨이 필수였구나!'를 느꼈다. 색감이 예쁘니 그릴 맛도 났다. 그냥 쓱 쓱하기만 해도 잘 그리는 것 같은 효과가 보였다. 근데 어디 좋은 물감 하나 있다고 끝날 일이었던가, 좋은 물감을 쓰다 보니 좋은 종이가 탐이 났고 좋은 종이를 사니 좋은 붓이 탐이 났다. 끝이 없구나.. 이래서 미술은 돈 잡아먹는 귀신이라고 했구나...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해. 좋으면 해야지. 일단 큰 욕심 없이 좋은 물감과 적당한 종이, 한국 다이소에서 산 붓으로 열심히 그려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