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었던 찰나를 그림으로

포스터물감

by 바카



나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그림 속에서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이었다. 내가 따뜻했던 날을 떠올려보니 작년 가족캠핑 갔던 때가 떠올랐다. 캠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아침 공기와 주변의 모든 색감들 그리고 감성이 참 좋았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발 장난을 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그 순간을 남기고 싶어 카메라를 연신 눌러댔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시간은 실제로 아주 짧다. 그 짧은 찰나를 사진으로 남겨 사진을 볼 때마다 그때의 시간들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면서 행복감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사진뿐 아니라 그림도 그렇다. 마치 그림 속에서 그때 내가 들었던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와 바람소리, 풀들이 바람에 부딪혀 나는 소리, 내가 느꼈던 모든 것들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것 같은 착각이 인다.


내 그림을 보는 독자들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그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 이야기를 담은 그림, 꾸밈없는 표현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 한 점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림을 그릴수록 욕심이 많아졌다. 더 잘 그리고 싶고 화려하게 그려야 할 것 같고 대단한 그림 표현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을 스스로에게 주었다. 왕초보인 내가 취미생활로 그림을 그리는 주제에 눈만 점점 높아져갔다. 어쩌면 그림을 그린다는 건 욕심을 내려놓는 작업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면서 힘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 무엇보다 적당한 때에 붓을 내려놓는 절제력을 훈련하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시작한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 실은 그간 그림을 그리다가 마음에 안 들면 구겨서 버리곤 했었다. 그림 하나로도 이렇게 배워야 할 게 많다니. 또한 그림을 그릴수록 오히려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 같다. '난 참 성질이 급하구나, 난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이구나, 난 자유로운 것을 추구하는구나, 난 밝은 색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해 보니 내가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내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내 마음에 차고 넘쳐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을 더 이상 담아낼 수 없어 그림으로 마구 쏟아냈었던 날들이 있었다. 나는 그림을 그려왔던 사람도 아니었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냥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즐거웠다. 그뿐이었다.


그림을 그린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유희이다. 그것은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고 보이기 위해서도 아닌 내 만족을 위한 놀이이다. 그러니 일단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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