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독서방법(1)

많이 읽는 것 보다는 적게 읽는 게 좋다

by 라봉파파

EBS 다큐프라임 <학교란 무엇인가> 6부작 「아이의 사생활」편은 칭찬의 역효과를 다루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면서 역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아이는 칭찬을 통해 부모 혹은 교사, 친구들의 기대효과를 만족시켜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주 쉬운 수학 문제를 해결했을 때 ‘너는 정말 수학 문제를 잘 해결하는구나!’라는 칭찬을 듣는다면 이후 어려운 수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똑같은 쉬운 문제를 해결해 또 다시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다. 칭찬은 아이의 인정욕구를 자극해 진취적인 학습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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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등학교 독서 교육에서 칭찬이 줄 수 있는 부작용을 충분히 우려해야한다. 「아이의 사생활」에서는 칭찬의 역효과를 실험하면서 초등학생들의 독서 스티커를 언급한다. 책을 읽으면 칭찬 토큰을 주는 것. 이러한 교육 방식이 초등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올바르게 만들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아이들은 책을 읽는 것보다는 스티커를 받는 것에 몰두했다. 책은 그저 스티커를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최대한 적은 분량의 책을 삽시간에 읽기 위해 노력했다. 책을 다 읽으면 독서 그 자체보다는 스티커를 받았다는 사실에 내적 만족감을 느꼈다.

책 읽는 올바른 습관을 갖추기 위해서는 독서가 쾌락이 되어야 한다. 책을 통해 마음의 양식을 쌓고, 재미와 기쁨, 슬픔과 감동을 느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요즘 아이들은 너무 일찍 스마트폰과 TV와 같은 영상 매체에 자극을 받는다. 그런 자극은 아이들에게 빠른 속도로 쾌락을 제공한다. 천천히, 그리고 깊은 호흡으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책은 영상 매체의 짧은 호흡을 따라갈 수 없다. 아이들에게 독서라는 쾌락을 느끼게 하는 건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아이들이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토큰을 제공하는 것은 처음에는 매우 효과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효과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 독서를 쾌락으로 느끼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독서를 통한 외적 자극을 쾌락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많은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 않는다. 내가 어릴 적 선생님들께서는 방학숙제로 몇 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것을 내주시곤 했다. 거기에 독서 감상문까지 써야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나는 인터넷으로 책의 내용을 검색하거나 책의 뒷장을 넘겨 에필로그를 베껴 쓴 적도 있다. 내 친구 몇몇은 일찌감치 숙제를 포기하고 매를 맞아야 했다. 방학숙제를 통해 올바른 독서습관을 형성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생기지 않았다. 선생님들의 판단이 아쉽다기보다는 그 당시 독서 교육의 개념 자체가 올바르게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땐 그저 많은 책을 읽는 학생이 모범생이었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 책을 읽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그 책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발표할 기회는 적었다. 질보다는 양에 우선하는 독서 교육이 많은 학생들에게 책과 거리를 두도록 만들었다.

나는 차라리 책을 적게 읽을 것을 권한다. 더 확실하게 말하면 책을 깊게 읽어야 한다. 책을 깊게 읽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한다. 교사로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대한민국의 국가수준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학기에 한 권의 책을 깊게 읽고 활동하는 ‘온 작품읽기’가 대표적이다. 교과서에서 언급된 수많은 작품들은 모두 분절되어 있다. 이에 온전히 하나의 작품 전체를 학급에서 모든 학생들과 같은 호흡으로 읽어가며 그 깊은 뜻을 가슴에 새기고자 출발한 교육과정이다. 또 읽기 교육의 방편으로 ‘KWL 전략’이 지도서에 많이 언급된다. K는 What I know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 W는 What I want to know로 알고 싶은 것을, L은 What I learned로 알게 된 것을 뜻하고 있다. 이는 독서 교육이 단순히 책을 읽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읽기의 전 과정, 즉 읽기 전, 읽기 중, 읽기 후 모든 영역에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학생들에게 책을 읽는 호흡을 길게 해 주리라 기대한다.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무언가를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듯이, 학생들에게 많은 책으로 압박을 주지 않고 적은 책으로 여유를 주어야 할 때이다. 이제는 고민해 봐야한다. 어떻게 독서를 쾌락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드는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책을 많이 읽는 게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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