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독서방법(3)

책보기를 스마트폰 보기처럼 해야 한다

by 라봉파파

수영을 배워본 적이 있다. 대략 일 년 정도를 꼬박 강습 받았다. 강습이 없는 날에는 유튜브로 영법 관련 동영상을 익힌 후 수영장에 가서 자유 수영을 즐겼다. 수영을 배우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초등학교에서는 교기종목을 육성한다. 쉽게 말하면 엘리트 스포츠 학생을 관리하고 지원한다. 나는 우리 학교 운동부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우리 학교의 교기는 수영이었다. 명색이 감독인데 수영의 수자도 모르는 게 조금 머쓱했다. 또 결혼 후에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우리 아내는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배웠고 또 잘했기 때문에 수영을 한 번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나는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수영을 배우고 싶은 마음만 가진다고 수영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영을 배울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것은 바로 접근성! 우리 집 옆은 수영장이었다. 5분 정도만 걸으면 100m 레인이 8개나 갖추어진, 그리고 공립으로 관리가 되고 있어 저렴하기도 한 수영장에 갈 수 있었다. 퇴근 후 뿐만 아니라 새벽에도 갈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수영장 옆에 산다는 건 큰 행운이었다.


책을 읽는 것도 접근성이 중요하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도 책이 옆에 없다면 읽을 수 없다. 나는 초등학생이었을 때 시골에 살았다. 우리 지역은 시골이었음에도 학교가 정말 많고 학생들도 많았다. 초등학교는 세 곳, 중학교는 두 곳, 고등학교도 두 곳, 심지어 대학교 캠퍼스도 두 곳이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동네에 오프라인 서점은 딱 한 곳 밖에 없었다. 서점의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 신간 도서들이 빠르게 유통될 수 없는 여건이었다. 그 때 나는 해리포터 시리즈에 미쳐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리포터 도서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1편인 마법사의 돌 시리즈를 친구의 책을 빌려 읽었다. 아니!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그런 다음 2편인 비밀의 방 시리즈를 서점에 들러 구입했다. 겨울방학이었는데 군고구마를 먹고 동치미 국물로 막힌 속을 달래며 쉬지도 않고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2편을 너무 빨리 읽어버린 것이다. 3편인 아즈카반의 죄수 시리즈를 구해야 한다. 우리 동네 서점에는 그 책이 아직 유통되지 않았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구매를 할 수는 있지만 나는 어린 마음에 배송 기간을 기다릴 수 없었다. 결국 버스를 타고 도시에 나와 대형 서점에 들러 책을 구매했다. 정말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서점에 가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나는 처음으로 우리 동네가 시골임을 아쉬워했었다.

41819651_141644743485373_1986218794894147333_n.jpg?_nc_ht=scontent-ams3-1.cdninstagram.com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겉표지>

그 때에 비하면 요즘은 책에 대한 접근성이 워낙 좋다. 온라인으로 배송을 하면 바로 다음날 책을 받아 볼 수 있다. 집 근처에는 서점과 도서관이 즐비해있다. 하지만 과연 그 때보다 더욱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훨씬 좋아진 접근성을 도리어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바로 스마트폰! 요즘 아이들은 책을 멀리하고 스마트폰을 가까이한다. 책에 대한 물리적인 접근성은 훨씬 좋아졌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한 정서적 거리가 훨씬 더 생겨버렸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까이 하는 만큼 책을 가까이 하길 바란다.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있을 때가 있을까? 누워있을 때, 앉아있을 때, 서 있을 때 모두 스마트폰과 쓸데없이 가깝다. 화장실에 갈 때,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 때, 침대에 누워 사색에 잠기거나 잠을 청할 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갈 때, 엘리베이터에서 낯선 사람의 시선을 피할 때 모두 스마트폰과 함께한다. 이제 스마트폰은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두고 빈손을 책으로 채워보길 권한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볼 일을 볼 때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는다면? 샤워를 할 때 따뜻한 물을 욕조에 받아 몸을 담근 다음에 책을 읽는다면? 지루한 시간을 가장 유익하게 보낼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자신의 내면에 혹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자체에 집중을 해야 되는 명상가나 마음 수양자가 아니라면 한 번 해보기를 권한다. 나는 침대에 누워 은은한 조명을 켠 다음 책에 집중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누워 있기 때문에 몸이 편하다. 샤워를 마친 다음이라면 노곤한 느낌과 푹신푹신한 감촉을 더 잘 느낄 수 있어 좋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금방 잠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hqdefault.jpg <지하철 독서 권장 플래시몹 - youtube>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책을 읽는 것은 정말 좋다. 대중교통은 익명성이 잘 보장되지 않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나를 낯선 이들에게 노출시켜야하는 공간이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빼앗기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불편한 공간이다. 이 때 책을 읽으면 오로지 나 자신의 일에 집중을 하게 된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버스에서는 멀미가 생길 수 있어서 권하지는 않겠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거나 탈 때의 짧은 순간에도 책을 읽으면 좋다. 기다리는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굉장히 짧다고 느끼지만 그 시간에 책을 읽으면 생각보다 많이 읽을 수 있다. 당신이 학생이라면 이웃 어른의 칭찬을 들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아침에 출근을 하여 교실에 올라가면 와이파이가 터지는 우리 교실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아침에 등교하면 책을 읽으라고 약속도 하고, 달래도 보고, 중요성을 설파해보고, 훈계도 해봤지만 스스로 책에 대한 접근성을 차단하고 스마트폰을 가까이하는 아이들을 말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조금 멀리하고 손닿는 곳에 항상 책을 두고 읽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려는 마음은 위대한 것이 아니다. 책을 읽으려고 온갖 정리를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가까이에 있는 책이 손에 잡히면 언제든 어디서든 독서가 가능하다. 모든 선생님들이 그렇듯, 나는 수업 시간에 불필요한 것들을 사물함이나 책상 혹은 가방 속에 집어넣으라고 얘기를 하며 수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 교실에서 예외가 되는 단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책이다. 수업 중 개별과제를 빨리 끝낸 학생은 눈앞에 놓인 책을 읽으면 된다. 우리가 꼭 무엇을 하려고 스마트폰을 만지는 게 아니다. 스마트폰이 항상 내 옆에 있기 때문에 만지는 것이다. 책도 그렇게 봐야한다. 책보기를 스마트폰 보는 것처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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