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독서방법(4)

한 권, 한 권의 강박을 버려야한다

by 라봉파파

나는 소위 ‘독서 정체 현상’을 여러 번 겪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기 전에는 다른 책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다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을 때,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생각하면 무언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재미가 없거나 질릴 때에도 쉽게 책을 놓지 못했다. 책에 진 느낌? 아니면 내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하는 느낌이랄까? 결국 꾸역꾸역 괴로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혹은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할 때까지 책을 읽지 않았다. 독서량은 줄어들고 자꾸 밀려갔다. 독서 정체 현상을 내가 만들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만들어낸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먼저 개인의 독서 능력이 책의 수준을 못 따라가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학생 인문 책 쓰기 동아리 워크숍에 참석했을 때 알게 된 멋쟁이 고등학교 선생님은 이렇게 하소연을 했다. “애들이 생각보다 책을 너무 못 읽어요.” 맞는 말이다. 매년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이 텍스트를 이해하는 능력이 점점 떨어져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막스베버Max Weber(1905)가 쓴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DIE PROTESTANTISCHE ETHIK UND DER ‘GEIST’ DES KAPITALISMUS)」이라는 성인에게도 어려울 수 있는 고전을 읽힌다고 했다. 더군다나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내 생각이지만 그러면 곤란하다. 맨 정신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고전을 아침시간에 읽다니! 같은 줄을 반복해서 읽게 만들기 딱 좋다.

L <출처 : yes24>

하지만 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강박관념을 꼬집고 싶다. 어떤 한 가지 작업을 완벽하게 끝내야 그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 특성을 가진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 아내는 본인 스스로 ‘완벽’이라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우리 가족이 이사를 했을 때 우리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이삿짐 정리가 얼추 끝나고 저녁 시간이 넘어서도 아내는 완벽한 수준의 짐정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리 쉬라고 말려도 도저히 듣지를 않았다. 결국 아내와 나는 새벽 4시까지 짐정리와 청소를 완벽하게 한 다음에야 잠에 들었다.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강박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런 강박을 가진 학생들은 독서 정체 현상을 만들 수 있는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강박을 가지고 사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다. 나쁜 것도 아니다. 강박은 어떤 일에 대한 적절한 긴장을 제공하고 동기를 유발하며 잘하고 싶다는 열정을 생산하기도 한다. 하지만 강박은 스스로를 가두고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모든 에너지를 쏟게 만든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만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만 독서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독서는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이건 독서가 아니라 학대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 결코 독서가 주는 쾌락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우린 한 권, 한 권의 강박을 떨쳐내야 한다.

우선 세상에 읽을 책은 넘쳐난다. 내 평생 살아 숨 쉬는 동안 읽은 책보다 읽지 못한 책이 훨씬 많을 것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어렵거나 이해가 안 된다면 잠시 혹은 오랜 기간 꽂아두는 것도 좋다. 내일 혹은 1년 후, 혹은 10년 후 다시 책을 꺼내 읽으면 내가 무슨 특별한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 그런 줄 알고 다양한 책을 골라 읽어보는 게 좋다. 강박은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시킨다.

또한 한 권,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것만을 독서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독서(讀書)는 말 그대로 글, 문자, 글자를 읽는 것이다. 그 어떤 곳에서도 독서를, 한 권의 책을 온전히 모두 읽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지 않다. 책의 목차를 보고 내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어본 적이 있는가? 그것 역시 독서다. 책의 앞부분을 다 생략해버리고 결론만 읽은 적이 있는가? 그것 역시 독서를 한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나를 해도 완벽하게 해라.’, ‘쇠뿔도 단김에 빼라.’, ‘끝까지 최선을 다해라.’ 등등. 모두 맞는 얘기다. 학생들이 받아들여야 할 훌륭한 가르침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즐겨야하는 독서까지 완벽하게, 결심한 순간 한방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강박에 질려 독서를 정체하는 학생을 만나면 참 안쓰럽다. 그 학생이 힘들어하니까. 이제 강박을 조금 떨쳐버리자. 재미없는 스마트폰 게임은 삭제하면 그만이다. 한 권의 책을 읽다가 그만 읽고 싶으면 다시 제자리에 꽂아두면 된다. 우리 학생들이 독서를 유연하게, 그리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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