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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봉파파 Aug 29. 2018

어른들의 세상은 수상하다.

「수상한 아파트」 도서를 추천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세 가지로 의식주를 얘기한다. 입을 것이 없으면 자연환경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할 수 없고, 먹을 것이 없으면 굶어 죽어야 하고, 지낼 곳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이런 인간의 양식에 맞게 다양한 문화도 파생한다. 우리는 옷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 음식을 통해 지역의 특성을 파악하기도 한다. 특히 주거 공간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문화의 그릇이다. 전통 가옥이 아파트가 되고, 아파트 중에서도 소위 원룸이나 투룸 형태의 소형 아파트가 생기는 것도 문화의 흐름을 담고 있다. 의식주의 진화는 필연적으로 문화적이며, 특히 주거 형태는 의(衣)나 식(食) 보다 훨씬 더 많은 문화를 내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모습은 어른들의 필요에 의해 발생한 것이고, 우리는 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비단 어른만이 아니다. 아이들도 어른들이 만든 문화의 양식 속에 살아간다. 적도 지방에 사는 아이에게 요즘 유행하는 롱 패딩이 좋은 옷이 될 수 없듯이, 어른들이 만든 문화가 아이들의 삶에 맞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을 좋은 문화라고 일컫기 힘들다. 수상한 아파트(박현숙•장서영, 2014)의 작가는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아이의 눈을 빌려 세상을 관찰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살아가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아이의 입장에서 우리의 삶이 너무 이상하고 수상하진 않을까? 

  이 책은 청소년 권장 도서이지만 어른 권장 도서 마크가 있다면 반드시 찍혀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주고 있는 도서인지 꼭 읽어보길 권한다.


  수상한 아파트는 짧지만 꽤나 진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여진이의 모습에서 생각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를 세 개로 범주화하여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아이는 잘못이 없다.

  주인공 여진이는 주로 1인 가구로 구성되어 있는 소형 아파트에서 살게 된다. 작가는 여진이가 소형 아파트로 떠나는 원인을 부모의 이혼 문제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잘못이 없는 어린이의 불행을 엿볼 수 있다. 여진이는 당차고 씩씩한 아이로 묘사가 되어있지만, 이 아이가 받았을 상처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우선 부부 사이의 불화와 갈등 자체가 아이에게는 매우 큰 불행이다. 더군다나 버젓이 잘 지내고 있는 편안한 집에서 난데없이 짐을 싸야 하는 일이 생겨버렸다. 여진이는 자신의 의지로 부모에게서 태어나지 않았다. 또, 부모의 이혼에 자신의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 어린 여진이는 그 고통을 잘 감당할 수 있었을까? 혼자 살고 있는, 여진이를 꽤나 귀찮아하는 고모한테 가지 말고 할머니 댁에 가 있으라는 엄마의 말에 여진이는 이런 생각을 한다.

  “할머니 집은 싫었다. 할머니는 말이 많았다. 한번 말을 꺼내면 실타래에서 실이 풀어지듯 끝없이 말했다. 그저 혼자 말하는 거면 괜찮다.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꼭 질문을 한다. 그 질문의 대부분은 엄마와 아빠가 왜 사이가 좋지 않은지에 대한 이유와 내 생각을 묻는 거다(P.11).”


2. 내가 이상할까내가 있는 곳이 이상할까?

  심리학적 용어로 ‘인지부조화’라는 용어가 있다. 쉽게 말하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사실과 다를 때 느끼는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여진이는 이야기 내내 인지부조화를 겪는다. 고모의 생활 수칙에는 이웃도, 관심도 없다. 지저분한 게 좋고 엘리베이터에서 눈인사는 절대 금물이다. 무엇보다도 남 일에 절대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비단 고모뿐만 아니라 이 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 이러한 생활 수칙을 암묵적으로 동의한 듯 비슷하게 행동한다.

  학교에서는 이웃을 사랑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배운다. 또 이웃주민끼리 가벼운 눈인사보다는 서로의 안녕을 묻는 말이 좋지 않은가? 혼자 잘 사는 방법으로 내 일만 생각하고 살면 된다는 고모의 말은 진실일까? 이웃 간의 관심이 괜한 참견이 되어버린 실태를 작가는 꼬집고 있다. 우리는 모두 잘 살아야 한다. 행복을 추구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소중하게 여길 권리가 있다. 하지만 홀로 잘 사는 인생은 더불어 잘 사는 인생보다 가치가 없을뿐더러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끊임없이 홀로 사는 할아버지에 대한 관심을 끊지 않았던 여진이 덕분에 할아버지는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바퀴벌레가 득실대는 고모의 집에 관심을 가진 고슴도치 머리의 삼촌이 있었기 때문에 고모는 바퀴벌레의 공포를 떨칠 수 있었다.


3.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

  인간의 의식이 문화를 만들지만, 문화가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기도 한다. 특히 어른들이 만든 문화는 어린아이들의 의식을 형성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산업혁명 초기에 공장의 노동자로 일해야 했던 어린아이들은 순종을 미덕으로 받아들였고, 전쟁을 겪은 한국의 아이들은 반공을 도덕으로 여겼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어른들은 꾸준히 성찰해야 한다. 우리가 매사 혼자 잘 살겠다고 뻔뻔하게 행동하면, 괜한 참견이라 여기고 이웃에게 관심과 정을 주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더불어 사는 것의 기쁨을 절대 느낄 수 없다.


  수상한 아파트는 혼란스러운 어른들의 삶에 놓인 순수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옳고 그름의 단순한 가치 판단이 아니고, 어떤 삶을 살라는 교훈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닌, 우리 일상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을 직접 거울로 마주 보게 만든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우리 아이들의 더 행복한 삶과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의 소중함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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