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봉파파 Nov 21. 2019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 다니기

엄마의 뱃속에 있는 아가의 사진을 볼 때면 정말 설레고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의 형태를 하지 않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조금은 낯설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합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손가락과 발가락도 확인할 수 있고, 공주님인지 왕자님인지도 확인할 수 있고, 이목구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오면 감동이 밀려옵니다. 저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굉장히 큰 코를 가지고 있는데요. 제 딸이 초음파에서 처음 얼굴을 보여주던 날, 제 아내는 아빠 코를 닮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동의를 했습니다. 딸이 제 코를 닮으면 저는 좋지만, 딸아이 입장에서는 나중에 저를 원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으니까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남편들은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를 가시나요? 함께 초음파도 살펴보고 아기가 움직이도록 말도 걸어주시는지요. 저는 직장에서 배려를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아내와 함께 한 번도 빠짐없이 산부인과를 갔습니다. 아내 혼자 산부인과를 간 적은 없습니다. 비록 제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초음파 검사를 한다는 심정으로 항상 동행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초음파 검사로 아이를 보는 것은 매우 설레고 흥분되는 일입니다. 아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확인하고, 손과 발, 얼굴도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초음파 검사는 분명한 의료행위입니다. 임산부는 의자에 누워 의료기기를 접촉해야하죠. 또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조심한다고 노력을 해도 문제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임산부는 산부인과에 가는 과정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를 보러 가는 것이지만 놀러가는 건 아닙니다. 적당한 긴장과 초조함이 감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이 함께 산부인과를 동행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아내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죠. 아내의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아이를 함께 보면서 말도 걸어주고 태동도 느끼면서 행복을 배로 느낄 수 있습니다. 초음파를 보면서 의사가 다양한 이야기를 해줄 겁니다. 아이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자궁의 상태는 어떠한지, 산모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등등이죠. 이러한 얘기들을 누워있는 산모가 듣고 기억하는 것보다는 동행한 남편이 숙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모는 그냥 편안하게 초음파를 볼 수 있도록 심적 안정을 주면 됩니다. 


산부인과에 함께 가면 다양한 가족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첫 아이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부부, 만삭의 몸을 이끌고 온 산모, 동생을 기다리며 해맑은 웃음을 짓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부부가 함께 산부인과를 방문해서 그러한 풍경들을 보며 가족의 행복을 느끼고 아이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과정은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를 가는 것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여건이 안 돼서 못가는 게 아닌, 여건을 만들어서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임신은 내 일입니다. 내 아이가 크고 있습니다. 내 아내는 내 아이를 품고 있습니다. 아내와 산부인과를 가는 것은 모든 일의 우선이라는 사실, 잊지 마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