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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좋은 날>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43

by 글짓는 사진장이

"예전엔 쩌어어~쪽 시장 입구서부터 두 팔로 사람들을 요래요래 헤치며 댕겼어. 장날이믄 장 보러 나오는 사람들이 을매나 많았는지, 허허..."

장날인데 오늘 시장이 왜 이리 썰렁하냐고 내가 묻자 왕년에 한 장사 하셨다는 80고개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갓 스물을 넘긴 젊은 시절부터 근 50여 년을 장날에 맞춰 여기저기 장터를 돌아다니며 살다가 지금은 은퇴하셨다는 어머니.

"요즘은 시골에 맨 혼자 사는 노인들 천지라 뭘 통 사지를 않아. 게다가 동네마다 마트가 생겨서 예전처럼 쌓아놓고 살지도 않구. 그러니 장이 잘 될 턱이 있나" 하며 아쉬워 하신다.



어머니는 그때 그 시절을 "좋은 날, 좋았던 시절"이라고 기억하셨다.

말씀마따나 '쩌어어~쪽 시장 입구서부터 두 팔로 사람들을 요래요래 헤치고 댕기며' 장을 봐야 하는 그런 '좋은 날'이 어머니 생전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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