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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연스럽고 어색해서 좋았다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42

by 글짓는 사진장이


장날을 장날답게 하는 것 중 하나는 뭐니뭐니 해도 군것질 하는 즐거움이다.

장을 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국화빵이니 순대같은 먹거리들을 하나씩 사먹는 건

아마도 시집살이나 생활고에 시달렸던 우리 어머니들이 모처럼 누려보는 여유와 사치 아니었을까.


장날, 국화빵 가게 한 모퉁이에서 어머니 두 분이 국화빵을 맛나게 드시고 있는 모습을 마주쳤다.

그 모습이 좋아보여 얼른 달려가 사진 한 장만 찍자 청했더니 선선히 허락하시면서 자세(?)를 잡아주셨다.

원래 있던 자연스러운 그 모습 그대로를 담고 싶은 욕심에 그런 사진 찍는거 아니라고,

그냥 좀 전처럼 드시던 거 맛나게 드시면 된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어머니들은 조건반사적으로 카메라만 들이대면 곧 바로 자세를 잡아주셨다.


찡그리며 화내고 있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꺄르르 꺄르르 환한 웃음을 터뜨리는 요즘 세대완 달리

잘 웃고 신나게 얘기하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증명사진 모드로 표정이 돌변하는 우리 부모님 세대 초상이

바로 저런 거 아닐까 싶은 생각에 좀 어색한 느낌 그대로 몇 장 셔터를 눌러봤다.



찍어놓고 보니 역시나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어색했다.

그래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다들 그렇게 카메라 따위완 별로 안 친하게들 살아오셨으니까...


사진 촬영 도와주신 어머님들 정말 감사 드리고, 부디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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