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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18. 2022

소주 몇 병에 새우깡 한 봉지면 행복했던 공간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81

동네 미용실이 어머니들 사랑방이었다면

동네 구멍가게는 아버지들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하곤 했었다.

동네 미용실에 맞장구 잘 쳐주는 성격 좋은 원장님이 있었다면

동네 구멍가게엔 가벼운 주머니 사정 탓에 깡소주를 즐겨마시는 아버지들을 위해

새우깡 한 봉지 정도 서비스라며 슬며시 내어주는 맘씨 좋은 주인장이 있었다.

동네 미용실에선 어머니들의 이야기꽃과 웃음꽃이 활짝 피었었다면 

동네 구멍가게에선 소주 한 잔에 얼큰히 취한 아버지들이 모처럼 흥이 도도해져서는

젓가락 장단에 맞춰 흘러간 유행가 한 자락을 불러제끼는 낭만이 있었다.


그런 기억들 때문에 시골 동네를 지날 일이 있을 때면

부러 나는 구멍가게 주변을 기웃거려보곤 한다.

지금은 많이 작아지고 일견 썰렁하게까지 느껴지는 공간이 돼버렸지만,

소주 몇 병에 새우깡 한 봉지만 있어도 모처럼 아버지들 얼굴에 환한 웃음이 묻어나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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