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엔 바래봉 있고 지상엔 황매산 철쭉군락지 있다

철쭉꽃 필 무렵의 지리산 바래봉 철쭉군락지가 <천상의 화원>이라면 이 무렵 황매산 철쭉군락지는 <지상의 화원>이라 이름할 만한 곳이다. 그 접근성 때문이다. 지리산 바래봉 철쭉군락지의 경우 왕복 10km 산행길이라 등산 초보 등린이들은 정말 어렵게 어렵게 올라가야 하는 난코스인 반면, 황매산 철쭉군락지는 정상 부근까지 도로가 뚫려있어 할아버지 할머니들조차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다.

<게으른> 사진가들이 이 맘 때 지리산 바래봉보다는 황매산 철쭉군락지를 즐겨찾는 이유도 그래서다. 카메라 바디와 각종 렌즈들, 삼각대까지 짊어진 위에 먹고 사는데 필요한 물과 비상식량까지 더하면 거의 군대 완전군장에 버금가는 지라, 그 무게를 떠안은 채 왕복 10km 산길을 오르내리는 건 산 꽤나 타본 산악인 정도나 되면 모를까 어지간한 사람은 쉽게 엄두조차 내기 힘든 일이다. 자연 지리산 바래봉보단 황매산 철쭉군락지가 더 땡길 수밖에.

황매산 철쭉이 만개하는 이 맘 때면 새벽 일찍부터, 혹은 전날 저녁부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진가들이 산 정상 인근 오토캠핑장으로 앞을 다퉈 몰려든다. 자칫 늑장을 부렸다간 그리 많지 않은 주차면이 꽉 차 산 아래 다른 주차장을 이용해야 해서다. 오토캠핑장에 차를 세울 경우 철쭉군락지까지 10분 남짓만 걸어가면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700미터 떨어진 제2주차장이나 3km 떨어진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해도 셔틀버스와 택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리산 바래봉처럼 죽어라 걸어올라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엔 차량 정체가 심해 정상 인근 오토캠핑장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적지않은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황매산 철쭉은 4월 말 현재 약 70% 정도의 개화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날 연휴가 있는 5월5일 전후엔 완전히 만개할 것으로 예상되며, 5월14일까지 철쭉축제도 열리기 때문에 활짝 핀 꽃과 함께 다양한 즐길거리도 마련돼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예정이다. 황매산 철쭉군락지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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