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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y 05. 2023

옥정호 붕어섬에 <개발질>이랑 제발 하지 말자


<개발>의 사전적 의미는 <토지나 천연자원 따위를 유용하게 만듦>이다. 이 <유용>이란 단어가 잘못 해석되거나 잘못 실천 당하면 개발은 종종 개(Dog)의 발(foot)이 되곤 한다. 축구나 족구 경기를 할 때 누군가 헛발질을 하면 등장하는 전문용어 <개발질>이 되는 거다.

<자연>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다.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할 때 자연은 가장 자연스럽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사람의 힘이 더해지면 자연스럽지 못하게 된단 얘기다.


옥정호 붕어섬은 섬진강댐 개발이라는 개발의 산물로 만들어졌다. 섬진강댐이 건설되면서 원래는 호수가 아니었던 자리에 옥정호라는 호수가 생겨났고, 붕어섬이라는 육지 속 섬마을도 탄생한 거다. 개발 과정의 실수 아닌 실수로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멋진 호수와 섬 하나가 생겨난 거다.


그렇게 생겨난 옥정호와 붕어섬은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봄 가을이면 펼쳐지는 운해 속 신비로운 풍경 덕에 일쑤 <신선경>이라 불리우며 특히 사진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 사진가들에 의해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광이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았다.


그러자 그 인기에 편승해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대적인 관광지 조성에 나섰다고 한다. 신선이 노닐어야 할 섬에다가 출렁다리란 걸 연결하고, 놀이기구나 다름없는 짚라인까지 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또 붕어섬 안에는 관광객들 눈요기를 위한 대단위 꽃밭 단지도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충남 예산엔가 조성됐다는 백종원 국밥거리가 문득 생각난다. <백종원>이라는 걸출한 요식업계 거물이자 인기 방송인 존재감에 기대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불성실한 장사 태도로 <백종원>이란 거리 이름을 도로 반납해야 했던 사례 말이다. <백종원>이라는 마법양념이 빠지고 나자 그 북적이던 사람들 발길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들었다.


내 눈엔 유용하게 만드는 <개발>이라기보단 <개발질>로만 비춰지는 대규모 개발로 인해 옥정호와 붕어섬 역시 신비감이라는 마법 양념이 빠지고 나면 그곳엔 과연 뭐가 남을까 우려스럽다. 옥정호와 붕어섬이 왜 그렇게 유명해졌고, 왜 그렇게 사랑받아 왔는지 제발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되돌아봤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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