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사전적 의미는 <토지나 천연자원 따위를 유용하게 만듦>이다. 이 <유용>이란 단어가 잘못 해석되거나 잘못 실천 당하면 개발은 종종 개(Dog)의 발(foot)이 되곤 한다. 축구나 족구 경기를 할 때 누군가 헛발질을 하면 등장하는 전문용어 <개발질>이 되는 거다.
<자연>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다.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할 때 자연은 가장 자연스럽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사람의 힘이 더해지면 자연스럽지 못하게 된단 얘기다.
옥정호 붕어섬은 섬진강댐 개발이라는 개발의 산물로 만들어졌다. 섬진강댐이 건설되면서 원래는 호수가 아니었던 자리에 옥정호라는 호수가 생겨났고, 붕어섬이라는 육지 속 섬마을도 탄생한 거다. 개발 과정의 실수 아닌 실수로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멋진 호수와 섬 하나가 생겨난 거다.
그렇게 생겨난 옥정호와 붕어섬은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봄 가을이면 펼쳐지는 운해 속 신비로운 풍경 덕에 일쑤 <신선경>이라 불리우며 특히 사진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 사진가들에 의해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광이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았다.
그러자 그 인기에 편승해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대적인 관광지 조성에 나섰다고 한다. 신선이 노닐어야 할 섬에다가 출렁다리란 걸 연결하고, 놀이기구나 다름없는 짚라인까지 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또 붕어섬 안에는 관광객들 눈요기를 위한 대단위 꽃밭 단지도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충남 예산엔가 조성됐다는 백종원 국밥거리가 문득 생각난다. <백종원>이라는 걸출한 요식업계 거물이자 인기 방송인 존재감에 기대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불성실한 장사 태도로 <백종원>이란 거리 이름을 도로 반납해야 했던 사례 말이다. <백종원>이라는 마법양념이 빠지고 나자 그 북적이던 사람들 발길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들었다.
내 눈엔 유용하게 만드는 <개발>이라기보단 <개발질>로만 비춰지는 대규모 개발로 인해 옥정호와 붕어섬 역시 신비감이라는 마법 양념이 빠지고 나면 그곳엔 과연 뭐가 남을까 우려스럽다. 옥정호와 붕어섬이 왜 그렇게 유명해졌고, 왜 그렇게 사랑받아 왔는지 제발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되돌아봤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