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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y 12. 2023

팀장님을 빡치게 한 그 녀석은 안녕하시다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앞서 <팀장 시키면 나 사표 쓴닷!>는 건방진 후배 녀석 얘기를 올리자 많은 분들이 문제의 베이비에 대해 걱정 아닌 걱정들을 해주셨다. "보나마나 인사 고과 바닥이겠네", "저러다 짤릴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가장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쓸데없는> 걱정들이다. 녀석은 인사 고과 점수도 평균 이상으로 잘 받고 있고, 때 되면 남들 못잖은 속도로 진급도 잘 하고 있다. 우려와는 상반되게 팀장이나 다른 직원들과도 아주 매우 잘 지내고 계시다.


팀장 시키면 사표 낸다는 반조직적 발언을 공개적으로 싸지르고 다니는 베이비가 어떻게 그러냐구? 알고 보면 그 이유는 정말 간단하다. 이 세상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자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부자 친구 둬서 무슨 큰 덕을 보겠다는 건 아니다. 부자란 단어는 <짠돌이>와 동음이의어라서 부랄친구 급도 아닌 어정쩡한 사회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좀 친한 척 군다 해서 호락호락 지갑을 열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들이 부자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건 뭔가 나에게 이득이 된다 생각해서다. 부자와 친하게 지내다 보면 돈냄새에 민감한 부자들 후각에 편승해 쓸만한 투자정보 하나라도 얻을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감 같은 환상을 갖고 있는 거다.


<찐친> 정도 되는 인간 관계를 제외하면, 사실 사회에서의 인간 관계란 건 대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선택의 관건이다. 사람은 좋지만 내게 전혀 이익이 안 되는 사람과 성격은 좀 별로지만 내게 이익 되는 사람 둘이 있다면 열에 여덟 아홉은 후자 쪽을 쫓아가는 게 <자본주의 사회> 인간 관계란 얘기다.​


팀장 시키면 사표 쓴다는 베이비가 미움을 받긴커녕 별 탈 없이 잘 나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흙수저 동료들이 봤을 때 금수저인 그 베이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친해두면 손해볼 게 없는 인간 부류이다. 잘 하면 언젠가 적잖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내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한 가급적 친하게 지내면 좋은 베이비란 뜻이다.


아이유가 주연했던 인기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면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나온다. 아이유가 불우한 자신에게 온정을 베푸는 직장 상사 한동훈의 후의를 애써 폄훼하려 "부자들은 좋은 사람 되기 참 쉬워!" 라고 독백하 듯 말하는 장면이다. 들고 있는 큰 고깃덩이 중 작은 부분 하나만 잘라 툭 던져줘도 좋은 사람 소리 듣기 쉬운 존재가 부자라는, 그러니까 내게 좀 잘해 준다고 함부로 <심쿵>하지 말자는 자기다짐을 하고 싶었던 듯하다.


같은 이유로 나는 부자들은 친구 사귀기가 참 쉽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애써 그가 누군가의 친구가 되려 노력하지 않아도 굳이 누군가 친구가 돼주시겠다며 먼저 꼬리를 흔들고 다가오는 이들이 많아서다.


다만 친구라고 해서 다 순도 99.99프로짜리 순금은 아니란 게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세상엔 14K짜리 <되다 만 금>도 있고, 18K짜리 <거의 다 될 뻔한 금>도 있으며, 겉 껍데기만 노랗게 칠한 <무늬만 금>도 있는 법이다. 금 볼 줄도 모르는 베이비가 겉 껍데기만 보고 잘못 골랐다간 한 방에 훅 가는 수도 있다. 우리 같은 개털들과는 달리 부자가 함부로 친구 사귀기가 힘들고, 외로움에 떨어야 하는 이유다.


원래 가진 게 많은 사람은 지켜야 할 것도 많은 법이다. 그게 나름 공평하려 노력하는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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