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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y 11. 2023

"팀장 시키면 나 사표 쓴닷!"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팀장 시키면 나 바로 회사 그만둡니다"라 말하는 건방진 후배 녀석이 하나 있다. 언뜻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 아니냐 생각하겠지만, 전혀 아니다. 무려 나이 40을 훌쩍 넘긴 중늙은이 녀석이다. 정작 본인은 "나이는 숫자일뿐 정신연령은 MZ"라고 강변하곤 하지만. 


녀석이 팀장 시키면 사표 낸다며 지레 설레발을 치는 이유는 단지 "귀찮아서"다. 팀원인 지금은 저 하나만 신경쓰면 그만이지만, 팀장이 되면 이것저것 신경쓸 게 많아져 싫으시단다. 본인은 체질적으로 무슨 <장> 같은 건 도무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시다. 유학파라서 고추<장>, 된<장>조차 별로 안 좋아한다나 뭐라나.


팀장이 되면 수당도 붙고 업무추진비도 주니 개이득 아니냐고 상사들이 슬쩍 달래봤다. 그러자 그는 "우리 집에 돈 많아요. 그것도 되게 많아요"라고 답했다. 아직 본인 명의는 아니지만 집안에 빌딩만 몇 채라는 부연설명과 함께.


더군다나 그는 누나나 여동생 하나 없는 순도 백프로짜리 외아들이시다. 건방지긴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선 얼마간 건방져도 좋은 금수저셨던 거다. 백수 소리 듣기가 싫어 직장에 몸담고 있을 뿐이란다, 된장.


그 말을 건너건너 전해 들은 우리 팀장은 발끈하며 말했다. "아 C, 팀장은 뭐 돈 없고 빽도 없어 목구멍이 포도청인 나 같은 놈들만 하는 자리얏?" 하고... 뒤이어 "아 C, 열 받는데 오늘 저녁은 소주나 한 잔 해야겠구만!"을 외쳤다. "같이 갈 사람 누구 없어?" 하고 여기저기 나뒹구는 흙수저들을 둘러보며.


술 좋아하는 우리 팀장, 오늘도 술 한 잔 할 좋은 건수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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