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맛이레'라는 음식점 이름을 처음 듣는 순간 나는 '이 집 이름 참 재밌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 안에서 "순창 맛이 원래 이래. 보통 이 정도라구" 하는 '자랑'이 들리는가 하면, "순창 맛이 원래 이래? 고추장만 맛있는 줄 알았더니 음식도 이렇게 맛있었다구?" 하는 '놀람'도 들려왔기 때문이다.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음식점 이름 센스부터가 이미 맛집이란 느낌이 뿜뿜 뿜어져 나왔다.
우리집에서 거의 1시간 정도는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만만치 않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내가 이 집을 찾은 것도 사실 재미 때문이었다. '냉장고를 부탁해' TV 방송프로그램으로 유명해진 스타쉐프 이원일과 순창군이 이 지역 특산품인 고추장을 활용해 만든 '고추장불고기' 방송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유튜버 쯔양이 나와 맛나게 먹는 걸 보는 순간 그 맛이 무척이나 재밌을 거 같단 생각이 든 거다.
고기를 먹을 때 야채를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하는 우리 식구 식성과도 잘 맞을 거 같았다. 구운 고기 하면 보통 불판에다가 고기만 열심히 구워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집 고추장불고기는 야채를 바닥에 깐 뒤 그 위에 고기를 올려 굽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고기 먹을 때 야채 곁들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별로라 생각할지 몰라도, 내 입장에선 보는 순간 "딱 우리 스타일이얏!" 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왔다.
그런저런 이유로 주말을 이용해 모처럼 순창 나들이에 나섰다. 스타쉐프 이원일 이름값에다가 86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쯔양 먹방까지 더해진 덕분에 점심시간 무렵엔 웨이팅이 제법 길다는 소문이 들려오길래 11시 이전 도착해 아침겸 점심을 먹는다는 계획이었다. 그 전략이 주효해 아내와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땐 단 한 테이블만 손님이 있을뿐 아주 매우 많이 한가롭고 좋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가는 길에 전화로 예약까지 해둔 상태였다. 콕 찝어 고추장불고기 2인분과 후식이 아닌 정식 청국장 1인분을 주문했는데, 내비가 알려주는 예상 도착시간에 맞춰 예약한 뒤 거의 1분의 오차도 없을만큼 딱 맞춰 도착해보니 모든 준비가 완료돼 있었다. 주말이라 특별히 바쁜 일은 없었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이 뭔가 완벽하게 해낸 느낌이라 마음이 뿌듯했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고추장불고기는 정말 정말 맛있었다. 식당 사장님이 밑에 깔린 야채 때문에 고추장 양념이 좀 약해졌을 수 있으니 부족하면 찍어먹으라며 세심하게 챙겨준 양념장 덕분에 더더더 맛있었다. 불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한편으로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워줘 먹는 재미가 있었고, 질긴 고기를 싫어하는 내 취향을 만족시킬만큼 육질도 아주 부드러웠다.
고추장불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좋다는 청국장 역시 수준급이었다. 기름기에 고추장 양념까지 더해진 불고기가 입안에 남겨놓은 느끼함을 진한 국물맛으로 개운하게 잡아줬다. 다만 아쉽게도 최상급 칭찬까진 남길 수가 없는 게 이미 아내와 내가 청국장 하나로 수십 년 세월 맛객들을 사로잡아 오고 있는 전주시내 오리지널 청국장집 덕분에 청국장에 관한한 주둥이가 이마 꼭대기에 붙어있기 때문이란 건 안 비밀이다.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손맛이 제대로 느껴질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덕분에 메인요리인 고추장불고기는 물론 청국장과 밑반찬들까지 거의 바닥을 닥닥 긁다시피 먹어치우고야 말았는데, "맛있게 먹으면 영 칼로리"라는 어느 연예인의 말은 확실히 틀리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맛있으면 평소보다 많이 먹게 돼있고,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 결국 칼로리 폭탄을 맞게 된다는 얘기 되시겠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고기를 싸먹을 수 있는 상추쌈 같은 채소와 파채가 없었다는 거다. 요즘 채소 값이 금값이라 일시적으로 뺀 건지 어떤 지는 모르겠지만, 고기 하면 조건반사적으로 상추쌈과 파채부터 찾고 보는 우리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앞으론 상추쌈을 추가해주면 좋겠고, 수지가 도저히 안 맞아 힘들다면 하나의 메뉴로 만들어 선택할 수 있게라도 해주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순창맛이레 외에도 순창에는 스타쉐프 이원일과 함께 고추장불고기 메뉴를 개발한 음식점 3곳이 더 있다. 유튜버 쯔양이 네 집 고추장불고기를 한 자리에 쌓아놓은 채 먹방을 펼쳤던 미소식당, 함양식당, 해뜨는집 등이 그곳이다. 기본적인 레시피는 거의 비슷하지만, 집집마다 뭔가 조금씩 더 넣고 빼는 방식으로 특색을 살렸고, 사람 손맛도 다 제 각각이니 여유가 된다면 이 집 저 집 맛보고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거다. 뱃골이 작은 편인 아내와 내 경우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지만...
순창맛이레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영업을 한다. 오후 3시~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며, 매주 화요일은 휴무다. 주차장이 완비돼 있으며, 손님들이 너무 많아 공간이 부족할 경우 비교적 한가한 주변 이면도로에도 주차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