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와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만큼 밥값이 무서운 시대다. 자연 가성비와 가심비를 갖춘 착한 식당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오늘 소개하는 광주 대인시장 '장터국수'야말로 그런 시대적 요구에 200% 충족시키고도 남음이 있는 아주 매우 많이 착한 식당 되시겠다.
말도 안 되는 착한 가격으로 인해 언론 기사와 각종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대인시장 장터국수는 미니멈 2천원, 맥시멈 5천원이면 맛있게 배를 불릴 수 있는 맛집이다. 두 사람이 함께 가서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부추전 , 막걸리 한 병까지 시켜봐야 만원짜리 한 장에 500원 동전 하나만 보태면 되기 때문이다.
막걸리 한병까지 다 더해도 10500원인 한 상
그나마 처음엔 국수 한 그릇에 1천원 밖엔 안 받았었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할 무렵 처음 가게 문을 연 이래 7년 간 고수해 온 가격 정책인데, 이로 인해 같은 대인시장 내 천원밥집과 함께 착한 가게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가중되는 재료비 원가 압박에 2014년 500원, 최근 다시 500원을 인상하긴 했지만,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착한 가격을 고수하고 있는 중이다.
대인시장 장터국수가 이렇게 착한 가격을 고수하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없는 가격으로 국수를 대접하고 싶다는 사장님 마음 때문이다. 워낙 말수도 적고 나서는 걸 싫어해 누가 물어도 생색낸단 소리 들을까 봐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는 스타일인데, 오래전 한 언론이 취재차 오자 마지못해 내뱉은 대답이 "돈을 벌 생각으로 시작한 일도 아니고, 찾아와주는 손님들에게 부담 없이 국수를 제공해주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는 거였다.
맛있게 먹다가 뒤늦게 사진 찍어야 한단 생각이 들어서...
이 집이 착한 가격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 중엔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장님 동생 덕도 크다고 한다. 식당 개업 이래 지금까지 동생이 식재료값을 노마진 원가로 제공해주고 있는 덕분에 다른 음식점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싼 가격으로 국수를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는 것.
가격이 싼 만큼 음식맛도 저렴하지 않겠느냐고 선입견 갖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대인시장 장터국수는 가성비는 물론 가심비까지 두루 갖춘 맛집이라는 얘기 되시겠다. 그렇지 않았다면 기름값이 더 많이 드는 멀리 타 지역에서까지 일부러 와서 줄을 서가면서까지 먹지는 않았을 테니까.
이 집 시그니처 메뉴 가운데 하나인 잔치국수는 진한 어묵국물을 베이스로 쪽파 고명 정도만 얹어 심플하지만 깊은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멸치나 가다랑어포로 낸 국물과는 또 다른 깊은 맛을 내는데, 국수가락과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다. 이 잔치국수에는 '특'자를 더한 '특 잔치국수' 스페셜 버전도 있는데, 이걸 주문하면 계란과 어묵이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해 그야말로 맛과 영양을 겸비한 맛의 잔치가 벌어진다.
또 하나의 시그니처 메뉴인 비빔국수는 그 맛이 참 재미있다. 다른 국수집에서 일찌기 본 적이 없는 특이한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콩나물과 무생채가 그것이다. 덕분에 양념장과 함께 잘 비빈 비빔국수를 입 안 가득 넣은 채 씹다 보면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재미가 더해지면서 국수 먹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준다. 입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참기름 향은 덤이다.
대인시장 장터국수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한다. 일요일은 휴무이며, 주차는 대인시장 공영주차장에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