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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Oct 04. 2023

남원 가면 꼭 가야 한다는 빵지순례 성지 <명문제과>

백종원의 3대천왕에 소개된 이후 줄서서 먹는 빵집이 된 맛집


명문제과'라는 이름을 내가 처음 접한 건 몇 개월 전 남원 소재 한 단골 냉면집에서였다. 여느날처럼 아내와 함께 맛나게 함흥냉면 한 그릇을 먹고 있는데, 일단의 젊은이들이 두 손 가득 빵봉지들을 든 채 우르르 몰려 들어오는 게 보였다. 일견하기에도 혼자 먹으려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선물하기  위한 것임이 느껴지면서 남원에도 어딘가 유명한 빵집이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원 명문제과를 내가 두번째 접한 건 얼마 전 광한루원으로 놀러 가던 길목에서였다. 남원 시내를 가로질러 광한루원 방향으로 가다 보니 웬 빵집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는게 보였다. 순간 몇 개월 전 냉면집에서 봤던 두 손 가득 빵봉지 든 젊은이들이 떠오르면서 '저 집이 바로 문제의 그 빵집인가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 음식점 앞에 그러고 있는 건 많이 봤어도 빵집 앞에 길게 줄까지 늘어선 모습은 또 처음이라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도대체 빵맛이 어느 정도길래 저렇게 사람들이 줄을 서면서까지 빵을 사가려 하는 걸까 궁금했다. 그래서 얼마 후 남원 쪽 갈 일이 생겼을 때 잠시 시간을 내 빵집을 찾았는데, 어이 없게도 정해진 시간에만 빵을 판다는 것이었다. 오전 10시와 오후 1시30분, 오후 4시30분 이렇게 하루 세 차례 빵 굽는 시간에 맞춰 손님을 맞이한다고 했다.



내가 찾아간 시간은 12시가 채 안 됐을 때였다. 빵을 사려면 무려 1시간 반 이상을 기다려야 했는데, 다른 일정도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돌아나올 수밖에 없었다. '참 영업 방식도 별나고,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빵집도 다 있네' 하는 투덜거림과 함께. 남원 명문제과와의 세번째 만남은 그렇게 헛걸음으로 아쉽게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엊그제 남원 갈 일이 생겨 다시 명문제과를 찾았다. 이번에는 아예 볼일 다 본 뒤 여유롭게 2시쯤 찾아갔는데, 명절 연휴라 그런지 줄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나마 1시30분 이전부터 미리 와 줄서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순서대로 빵을 사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고, 남은 줄은 우리처럼 여유롭게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어째 예감이 영 불길했는데, 역시나 잠시 후 가게 사장님이 달려나와 "준비된 빵이 모두 소진됐으니 4시30분에 오셔야 한다"고 안내를 했다. 또 허탕이었다.


이쯤 되자 나도 오기가 생겼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 빵인지 기필코, 반드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먹어보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든 거다. 그래서 적당히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낸 뒤 30분 전부터 빵집 앞으로 줄을 서러 갔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한 게 나만은 아니었던지 명문제과 앞에는 이미 40여명이나 되는 선객들이 몰려와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번에도 또 허탕 치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내가 줄을 선 뒤에도 사람들은 계속 몰려왔다. 덕분에 족히 100여미터는 되지 않을까 싶은 긴 줄이 생겨났는데, 그러자 명문제과 직원이 뛰쳐나와 급하게 번호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까지만 입장이 가능하고, 준비된 빵 수량 대비 너무 많은 손님이 몰려와 부득이하게 1인당 구매가능 갯수도 제한해 판매한다는 안내와 함께였다. 조금만 늦었으면 이번에도 또 빵맛을 못볼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들어간 명문제과 매장은 아주 단촐하고 클래식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통로가 좁게 느껴질만큼 매장 가득 온갖 빵을 종류별로 꽉꽉 채워놓는 일반 빵집들과는 달리 종류도 그다지 많지 않았고, 앞선 손님들이 한바탕 쓸고 지나간 여파인듯 매대도 비어있는 공간이 많았다. 그 빈 공간들 사이로 '백종원의 3대천왕', '김영철의 동네한바퀴', '1박2일' 방송팀들이 다녀갔다는 사진과 사인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이 명문제과라는 곳이 왜 그렇게 줄을 서가며 빵을 사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건지 알 수 있었다. 김영철의 동네한바퀴나 1박2일이야 어쩌다 지나는 길에 우연히 들를 수도 있는 인연이라 할 수 있지만, 백종원의 3대천왕에 소개된 집이라면 그 존재감이 남 다를 수밖에 없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나부터도 남원 지날 일이 있을 때마다 가서 빵 한 봉지씩은 사들고 왔을 터였다.


나중에 관련 자료를 찾아본 뒤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남원 명문제과는 40년가까운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빵집이었다. 거기다가 다른 빵집에선 맛볼 수 없는 '생크림 슈보르'란 제품을 간판 빵으로 내세워 사랑받고 있는 특색있는 동네 맛집이기도 했다. 흔히들 소보루 빵과 혼동을 하곤 한다는데, 이 집 생크림 슈보르는 밀가루 반죽을 사용하는 소보루와 달리 반죽에 아몬드 가루가 들어가는 전혀 다른 제품이라고 한다. 거기다가 빵 안에 생크림을 집어넣어 다른 집 빵들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를 시도했다. 백종원의 3대천왕에 나왔을 때도 바로 이 생크림 슈보르를 앞세웠었는데, 당시 대기업 빵집에선 팔지 않는 이색적인 빵이라 하여 큰 주목을 끌었었다.



1985년 문을 열었다는 남원 명문제과는 몇 년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맛의 비결에 대해 "무조건 최고로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극한경쟁 상황에서 동네 작은 빵집이 살아남는 길은 좋은 재료를 써서 개성 있는 맛을 내는 것밖에 없다고 판단해서다. 또 손님들이 '이 집에 가면 밤 11시에 가도 빵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매일 밤 늦게까지 영업을 해오고 있고, 큰딸 결혼식 날 단 하루 문을 닫은 것 외엔 개업 이래 문을 닫은 적이 없다고 할만큼 열심히 장사를 해왔다(몇년 전까지 얘기다. 최근엔 영업일과 영업시간에 다소 변동이 생겼다).


그런 노력들이 결실을 얻어 시골 도시에 있는 작은 빵집임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백종원의 3대천왕 방송을 탄 이후로는 전국구 맛집으로 소문나서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남원 여행을 왔을 때 누구나 한번씩은 꼭 들러봐야 하는 필수 '빵지순례' 코스가 돼버렸다.


가장 중요한 빵맛은 한마디로 말해 '존맛'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은 물론 내가 사는 전주와 이웃 군산, 대전 등에 산재한 전국구 유명 빵집들 빵맛도 두루 섭렵한 바 있는 내 혀가 '오잉, 이 집 이 빵맛은 뭐지?' 하고 다소 놀랐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식감도 남달랐고, 한 입 먹을 때마다 위가 빨리 한 입 더 달라고 재촉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말로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는 맛이어서 '백문이 불여일먹'이란 말로 설명을 대신할 수밖에 없겠다.



한 가지 주의할 건 남원 명문제과는 줄서서 빵을 사가려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일반 빵집과는 판매 방식이 좀 다르다는 거다. 줄 선 순서대로 차례로 입장하면 이 집 대표 메뉴인 생크림 슈보르와 꿀아몬드, 수제햄빵 코너 앞에 직원들이 한 명씩 서있다가 필요한 수량만큼 빵을 담아주고, 황치즈 카스테라 등 다른 빵들이 있는 한쪽 매대에서 추가로 빵을 고른 뒤 계산대로 가면 계산을 해주는 컨베이어 방식이다. 뒤에 대기하는 손님들이 많아 뭔가에 쫓기는 느낌으로 정신없이 후다닥 들어갔다가 등 떠밀려 나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런만큼 어떤 빵을 몇 개 살 건지 미리 마음을 정하고 들어가야 사고 싶은 빵을 제대로 사들고 나올 수 있으니 낯선 판매 시스템에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가라는 말씀 되시겠다.


남원 명문제과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을 한다. 단 문을 여는 건 빵 굽는 시간에 맞춰 오전 10시와 오후 1시30분, 오후 4시30분부터 시작해 준비한 빵이 소진될 때까지 한시적으로만 열고, 나머지 시간엔 예약손님에 한해 빵을 살 수 있는 만큼 이용 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매주 월요일 휴무이며, 예약이나 자세한 이용문의는 063-632-0933으로 연락하면 된다. 차를 가져갈 경우 주차는 100미터 남짓 떨어져 있는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주차단속 염려없이 여유롭게 빵지순례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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