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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Oct 23. 2023

귀하게 한상 잘 대접받는 느낌 <순창 새집>

67년 전통을 이어온 한정식 맛집


10여년 전 전북 순창 여행길에 마주친 잊혀지지 않는 풍경이 하나 있다. 이 지역 대표 볼거리 중 하나로 손 꼽히는 강천산이나 고추장마을 같은 명소가 아니라 순창읍내 한 밥집에서 마주친 소박하고 정겨운 '밥상 풍경'이 그것이다.


어느 밥집을 가나 밥상 풍경이야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당시 순창 밥집에서 마주친 건 그런 흔해빠진 풍경은 아니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는 아주 특별한 풍경이었다.​



고추장의 고장이자 맛의 고장 순창을 대표하는 맛집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새집'이 그 배경이었다. 100년 넘는 세월을 품고 있는 고색창연한 한옥을 터전 삼아 67년째 이 지역 대표 한정식 맛집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밥집이다.


이 '새집'에 관한 내 첫 기억은 직원 안내를 받아 방문 하나를 열고 들어서자 짠 하고 나타난 썰렁하리만큼 텅 비어있는 너른 한옥 방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침 우리 일행이 첫 손님이었던지 선객은 아무도 없었는데, 문제는 선객만 없었던 게 아니라 밥집을 가면 으레 있게 마련인 식탁 같은 기본세팅 역시 하나도 없었다는 거다. 있는 거라곤 여기저기 층층이 쌓여있는 방석 몇 무더기뿐이었다.


난생 처음 접하는 이같은 당혹스런 밥집 풍경에 우리 일행은 잠시 엉거주춤하고 서 있었다. 식탁이 있으면 맘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을텐데, 아무 것도 없으니까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앉아야 좋을지를 모르겠어서다. 그렇게 잠시 당황한 심정으로 서있노라니 일행 중 한 명이 일단 아무 데고 앉아서 어떻게 돌아가는 판인지 한번 지켜보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 말이 맞다 싶어 우리 일행은 일단 방 한쪽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음식 주문이야 밥집 입구를 들어서며 이미 해놨으니 달리 할 일도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부엌쪽으로 짐작되는 방향 방문이 활짝 열리더니 식당 직원 두 명이 한 상 잘 차린 큰 밥상 하나를 받쳐들고 들어왔다. 알고 보니 그곳은 준비돼 있는 방 안 밥상 위에 음식을 차려주는 게 아니라 아예 부엌에서부터 한 상 잘 차려 상째 들고 들어오는 서빙 시스템을 갖고 있었던 거다.


똑같은 한 상인데, 묘하게도 상을 받는 느낌이 달랐다. 다른 밥집에서 원래 방 안에 놓여있던 식탁 위에 한 상을 차려줄 땐 그냥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느낌이었는데, 부엌에서부터 한 상을 차려 상째 들고 들어오자 마치 잘 아는 사람 집에 오랜만에 찾아가 집주인으로부터 귀하게 잘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언제 순창 쪽 갈 일이 있으면 꼭 한번 다시 들러야겠다 생각하고 있던 차에 얼마전 드디어, 마침내, 기어코 예의 새집을 다시 찾았다. 이번엔 아내와 함께였다. 텅 빈 방안에서 멍 때리고 앉아있다 보면 잘 차린 한 상이 상째 들어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일부러 사전정보는 알리지 않은 채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내가 기대했던 대로 상을 들고 들어오는 식당 직원들을 보며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눈이 동그래지며 화들짝 놀랐다. 이런 신기한 식당은 처음 본다며 손뼉까지 치며 좋아했다. 내 나름 야심차게 준비한 서프라이즈가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기분이가 좋았다.


그렇게 기분 좋게 밥상을 받아서 그런지 밥맛도 유달리 달고 맛있었다. 20가지가 넘는 반찬들은 어느 하나 빠짐없이 골고루 다 맛있어서 그릇들을 핥다시피 다 비우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특히 연탄을 활용해 불향을 잘 살린 소불고기와 이 지역 특산품 고추장 맛까지 덧입힌 돼지불고기는 평소 불향을 싫어하는 편인 나조차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들만큼 '존맛'이었다.



소불고기 돼지불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된장찌개 맛도 일품이었다. 고기 한 젓가락에 밥 한 술을 더한 뒤 된장찌개 한 수저를 떠먹으면 단짠단짠 혀가 즐거워지는 건 기본이요, 느끼한 기름기를 걷어냄으로써 입안이 개운해지는 게 환상적인 맛의 조화를 이루었다.


순창 새집은 낮 12시에 영업을 시작해 저녁 7시까지 연중무휴로 영업을 한다. 일하는 사람들은 힘들겠지만, 나같은 손님 입장에선 휴무일 신경 쓸 필요없이 아무 때나 마음 내키는대로 가도 맛나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얘기 되시겠다.


​​한가지 아쉬운 건 주차장이 그리 넉넉하진 않다는 거다. 골목길에 위치한 오래된 한옥이다 보니 6~7대쯤 차를 댈 수 있는 공간이 간신히 마련돼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많은 골목길 식당들이 그러하듯이 골목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면 된다.


​이상 내돈내산 내돈내먹 느낀 그대로 솔직히 적어본 찐솔한 맛집 이용후기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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