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소잡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사진장이 Dec 08. 2023

"군만두는 왜 공짜서비스라 생각해?"

너희같은 분들 때문에 이연복 쉐프가 군만두를 메뉴에서 뺀거라구



"오늘은 일부러 코스 요리 주문 안했습니다. 각자 드시고 싶은 걸로 양껏 주문해 드시라구요"

몇 달만에 모이는 바람에 회비가 제법 짭짤하게 쌓였다며 모임 총무가 선심이라도 쓰듯 이렇게 말했다. 각자 좋아하는 취향이 다 다를 수 있으니 1인 1요리가 됐건 어쩌건 먹고 싶은 대로 맘껏 먹으란 얘기였다.


그러자 일행 중 한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 "난 깐풍기!" 하고 외쳤고, 뒤질새라 다른 사람 역시 "난 유린기!", "난 유산슬!" 하고 중구난방 외쳐댔다. 개중 요리 좀 먹어본 사람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난 어향동고!" 하고 제법 비싼 요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평소 기껏해야 인당 몇 만원짜리 코스 요리를 시켜 나눠먹거나, 짜장면과 짬뽕 정도 선택권 밖엔 가져보지 못한 까닭에 다들 신바람이 난 모양새였다.


이에 편승해 술도 소주나 이과두주 대신 가격대가 좀 있는 공부가주 혹은 연태고량주를 마시는 걸로 결정됐다. 고급진 안주에는 술 역시 고급져야만 제대로 풍미를 즐길 수 있다고 일행 하나가 강력히 주장했던 까닭이다. 메뉴판 맨 위에 있는 마오타이주가 순간 마음을 혹하게 했으나 한 병에 95만원이라는 가격이 너무 사악해서 그냥 패스했다.


그렇게 모처럼 솜털같이 가벼운 호주머니 걱정없이 호기를 부려대고 있는데, 일행 중 하나가 문득 음식점 직원을 향해 소리쳤다. "여기 군만두 서비스는 안 줘요? 이 정도 시켰으면 서비스로 그 정도는 줘야 되는 거 아니에욧?" 하고.


그러자 다른 일행들도 "맞아 맞아, 군만두 서비스 줘야지, 암만. 술 마시는 데는 짬뽕 국물만한 게 없으니 그것도 서비스로 부탁합니닷!" 하고 맞장구를 쳤다. 각자 취향껏 요리를 몇 접시나 시켜놓고도 군만두는 군만두대로 또 먹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그런데 그런 모습이 나도 모르는 새 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군만두를 먹고 싶음 그냥 시켜들 드시지, 요리에 비하면 몇 푼 하지도 않는 걸 왜 서비스로 달라는 거욧?" 하고 농담 반 시비 반 조로 지적질을 한 걸 보면 말이다.


술도 별로 안 마셨는데 이 베이비가 웬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냐는 표정으로 일행들은 나를 돌아봤다. 중국집에서 어지간히 매상 올려줬음 군만두 서비스 요구는 대한민국 땅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국룰 같은 건데, 돈 주고 시켜 먹으라는 이 베이비는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 거냐 싶은 표정이었다.


이에 나는 "같은 분들 때문에 이연복 쉐프가 자기네 가게에선 군만두를 아예 메뉴에서 뺐다지 않습니까?" 하고 되받았다. 어디 공장에서 납품 받아 튀겨내는 냉동만두가 아닌 이상 대다수 중국집의 경우 주방장이 한땀한땀 정성들여 빚은 수제 만두를 사용하는데, 그걸 서비스로 달라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이연복 쉐프의 경우 화가 나서 자기네 가게 메뉴판에서 빼버렸단 얘길 들은 적이 있어서다.


딴엔 다른 가게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반죽부터 시작해 피 두께, 크기, 안에 들어갈 내용물 재료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써 빚어내는 게 바로 만두란 음식인데, 그걸 짜장면 몇 그릇이나 요리 하나 시키면 공짜로 곁들여 주는 싸구려 음식 취급을 하고 있으니 화가 날 만도 하지 않겠느냔 말에 크게 공감한 적이 있어서다. 결코, 네버 내가 만두를 아주 매우 많이 좋아하는 만두돌이여서 감정이입이 돼 그런 건 아니다.


이같은 내 말에 일행은 잠시 침묵했다. 숙연씩이나 한 거까진 아니었으되 내 말에 일리도 있고 이리도 있다 생각됐던 모양이다. 그러더니 잠시 후 모임 총무가 앞장서 "자 그러면 중국집에선 군만두를 꼭 먹어야 한다는 회원님들을 위해 정식으로 주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닷!" 하고 선언했다.


그렇게 해서 몇 접시의 요리들 뒤를 이어 어쩌다 화제의 주인공이 된 군만두님께서 짜잔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일행들은 기다렸다는 듯 앞다퉈 젓가락을 들이대며 따끈따끈 노릇노릇 한껏 끼를 흘려내고 있는 군만두 홀릭에 빠져 들고 있었는데, 그 순간 지배인쯤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등장해 부드러운 미소를 날리더니 우리 일행에게 공손히 말했다. "군만두 서비스로 드렸는데, 뭐 더 필요한  없으십니까?"라고.


"썪을, 망할..." 소리가 추임새처럼 절로 튀어나왔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는다더니만 그 말이 진리였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외쳤다. '군만두야! 너를 요리와 동등한 음식으로 대우해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는데,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다. 아임 쏘우 미안!!!'



#이연복군만두 #군만두서비스 #군만두도요리 #군만두공짜 #중국집군만두 #글짓는사진장이 #사람이있는풍경

매거진의 이전글 MZ가 이기적이라는 건 '으르신들' 편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