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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Dec 19. 2023

눈오는 날 마주친 조선팔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안도현 시인 작품 중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 하나 있다. <연탄 한 장>이 바로 그것이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시는 연탄의 계절이 돌아오는 매년 이 맘 때면 특히 많은 사람들 인구에 회자되는 명시다.​​​


내 경우 이 시 가운데서도 '방구석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매년 겨울이면 이런저런 이유로 최소 몇 번씩은 연탄 나눔 현장 주변을 얼쩡거리게 되곤 하는데, 그 현장을 보노라면 절로 가슴에 와닿는 표현이어서다.​​​



왜냐하면 이 연탄 나눔 현장을 몇 번 가보다 보면 연탄을 가장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일수록 가장 연탄을 보급받기 힘든 곳에 사는 걸 많이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연탄 배달 트럭이 접근하기 힘든 언덕배기 산동네, 전주시내에 이런 곳도 있었나 싶은 외진 동네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취약계층이 살고 있더라는 얘기다.​​​


이런 곳에 사는 분들은 어찌어찌 어렵게 연탄값을 장만한다 해도 배달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인건비가 워낙 비싸진 데다가, 연탄 배달 같은 힘든 일은 일손 구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보니 배달비까지 웃돈을 얹어준다고 해도 선뜻 배달해 주겠다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다.​​​



이런 취약계층에게 연탄은행이라든가 자원봉사자들은 정말 고마운 존재들일 수밖에 없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던' 사람들에게 삶이란, 세상이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라고 일깨워주는 고마운 존재들이기도 하다.​​



폭설에 가까운 눈이 펑펑 쏟아지는 가운데 웃는 얼굴로 연탄 나눔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그래서 나는 추운 줄도 모른 채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들이 세상에 남긴 아름다운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도록, 나아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조선팔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 모습'을 보며 뭔가 작은 느낌 하나 혹은 깨달음 하나 얻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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