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 작품 중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 하나 있다. <연탄 한 장>이 바로 그것이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시는 연탄의 계절이 돌아오는 매년 이 맘 때면 특히 많은 사람들 인구에 회자되는 명시다.
내 경우 이 시 가운데서도 '방구석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매년 겨울이면 이런저런 이유로 최소 몇 번씩은 연탄 나눔 현장 주변을 얼쩡거리게 되곤 하는데, 그 현장을 보노라면 절로 가슴에 와닿는 표현이어서다.
왜냐하면 이 연탄 나눔 현장을 몇 번 가보다 보면 연탄을 가장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일수록 가장 연탄을 보급받기 힘든 곳에 사는 걸 많이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연탄 배달 트럭이 접근하기 힘든 언덕배기 산동네, 전주시내에 이런 곳도 있었나 싶은 외진 동네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취약계층이 살고 있더라는 얘기다.
이런 곳에 사는 분들은 어찌어찌 어렵게 연탄값을 장만한다 해도 배달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인건비가 워낙 비싸진 데다가, 연탄 배달 같은 힘든 일은 일손 구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보니 배달비까지 웃돈을 얹어준다고 해도 선뜻 배달해 주겠다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다.
이런 취약계층에게 연탄은행이라든가 자원봉사자들은 정말 고마운 존재들일 수밖에 없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던' 사람들에게 삶이란, 세상이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라고 일깨워주는 고마운 존재들이기도 하다.
폭설에 가까운 눈이 펑펑 쏟아지는 가운데 웃는 얼굴로 연탄 나눔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그래서 나는 추운 줄도 모른 채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들이 세상에 남긴 아름다운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도록, 나아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조선팔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 모습'을 보며 뭔가 작은 느낌 하나 혹은 깨달음 하나 얻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