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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n 10. 2023

환상적인 반딧불이 비행을 볼수 있는 익산 구룡마을


며칠 전, 익산 구룡마을 대나무숲에 반딧불이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부터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진 찍으러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지난해 겪었던 지독한 모기 녀석들의 기억이 되살아나서다. 어쩌다 한 방씩 모기에 쏘이는 일이야 많이 겪어봤지만, 모기 때문에 병원에 가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대나무숲이 모기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익산 구룡마을 대나무숲에서 만난 모기 녀석들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한 시간 반 남짓 머물렀을 뿐임에도 팔과 다리 등 살이 노출된 부위란 부위는 거의 모두 녀석들의 먹이감 신세를 면치 못했다. 동네 모기들이 어디서 잔치 열렸단 소식을 듣고 다 몰려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물린 부위들이 어찌나 지독하게 가렵던지 긁다 보면 생채기가 생기기 일쑤였다. 그 결과 그렇지 않아도 가려워 미치겠는 판국에 생채기로 인한 쓰라림까지 더해지니 나중엔 머리까지 지끈지끈 아파오는 느낌이었다. 결국 참다 못한 나는 가까운 병원을 찾아 어떻게 좀 해결해 줄 방법이 없는지 의사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천만다행이었던 건 그렇게 찾은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이 효과가 있었다는 거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함께 처방해 줬는데, 처방 받은 약을 먹고 바르자 그 지독하던 가려움증이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의사들이 날로 먹고 사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때 생각만 하면 익산 구룡마을 대나무숲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았지만, 반딧불이의 유혹이 너무 치명적이었다. 사진을 좋아하긴 해도 나는 풍경 사진은 별로 즐겨 찍지 않는 편인데, 작년부터 반딧불이와 은하수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바람에 이 둘이 걸려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달력까지 체크해 가며 쫓아다니고 있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밤 늦은 시간 장거리 이동까지 불사해가며 말이다.


특히 익산 구룡마을 대나무숲 반딧불이는 지난해 시즌 때 처음 조우했는데, 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맛뵈기에 살짝 혀만 담갔을뿐 제대로 맛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사진 사이트 같은 데서 환상적인 군무를 펼쳐 보여주는 반딧불이 사진들을 접할 때면 '내년엔 기필코 제대로 봐주고야 말테닷!' 하며 호시탐탐 별러 오던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맛본 토착깡패 모기 녀석들의 공포가 워낙 지독해 얼마간 망설임을 겪었는데, 결국은 어제 '그래, 까짓거 병원 한 번 더 가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결단을 내렸다. 대신 물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 모자와 두건, 점퍼, 바지를 말아넣을 수 있는 긴 양말로 꽁꽁 무장한 채 그곳을 찾았다.​


모기기피제 같은 걸 사용하면 그나마 모기 녀석들의 지독한 공격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도 있을 거지만, 전문가들 말이 그건 반딧불이 생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절대 해선 안 될 행동이라고 해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러 가는 사람이 자연을 파괴하는데 앞장서는 건 절대 해선 안 될 행동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그곳에 가보고 싶단 마음이 생긴 분들은 꼭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


어려운 결단(?)을 내린 나를 환영해 주기라도 하듯 익산 구룡마을 대나무숲 반딧불이들은 환상적인 군무를 선보여 주었다. 지난해에는 어쩌다 한 마리씩 나타나 아쉬움을 줬었는데, 지난 밤엔 한꺼번에 10여 마리 이상이 나타나 내 카메라 앵글 안에서 환상적인 비행을 이어나갔다. 보는 내내 "와, 와~아!" 하는 탄식이 절로 튀어나왔다. 덕분에 제법 만족할 만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익산 구룡마을 대나무숲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기간은 대략 5월 말~6월초부터 6월 중하순까지로 알려져 있다. <엿장수 맘대로>란 말처럼 정확히는 반딧불이 마음일 건데, 그거까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대략 그 정도로 알고 있으면 좋을 거다. 가는 길은 익산 금마면 소재 대솔한증막을 네비게이션에 입력하거나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 구룡길 34-45 주소를 찾아가면 된다. 참고로 대솔한증막은 현재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며, 그 앞에 공터가 제법 넓어 구룡마을 대나무숲을 찾는 이들이 주차장으로 즐겨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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