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돌솥밥을 가리켜 내 인생 두 번째로 맛있었던 누룽지밥이라 얘기한 건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칭찬이라 할 수 있다. 우연에 우연을 더해 필연적으로 '대존맛'이 돼버린 추억의 도시락 누룽지밥, 그것도 김치찌개 냄새가 그 배경을 장식하고 있는 고등학생 시절 전설의 맛과 비교 당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또 다른 전설이라 얘기하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
비록 지금은 동네 분식집에서조차 돌솥밥 혹은 돌솥비빔밥을 내놓을 정도로 희소가치가 크게 떨어지긴 했지만, 최근 오랜만에 찾아가본 결과 반야돌솥밥은 같은 돌솥밥이라도 격을 좀 달리한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안겨줬다. 우리나라 최초 돌솥밥집답게 오랜 경륜과 노하우를 십분 잘 녹여내 돌솥밥이라는 음식으로 낼 수 있는 최상급 누룽지 맛을 구현해 냈다고나 할까.
어떻게 요리하길래 그런 맛을 내나 궁금해서 여기저기 관련 자료를 찾아본 결과 반야돌솥밥은 일단 돌솥에 한약재를 우린 물과 쌀을 넣고 밥을 지어 밥맛이 특히 좋단다. 여기에 밤과 잣, 완두콩, 당근, 버섯, 옥수수, 우엉, 은행 등을 얹어 일반 밥과는 다른 다채로운 맛을 담아내고 있으며, 이 집만의 비법 양념간장을 곁들임으로써 다른 음식점들과는 차별화 된 독특한 맛을 구현해 냈다는 것.
내 경우 슴슴하다 싶을 정도 약한 간으로 담백한 맛을 구현해 냄으로써 전라도 특유의 센맛에 익숙한 내 혀끝을 살그머니 툭 치듯 스쳐 지나가는 맛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전라도 음식의 경우 대개는 맵거나 조금 짜다 싶은 느낌으로 혀끝을 자극하는 사례가 많은데, 반야돌솥밥은 밥 위에 계란 노른자 하나와 당근, 완두콩 정도 올린 심플한 구성 위에 파를 크게 송송 썰어넣은 슴슴한 느낌의 양념간장 정도만 더해 담백한 맛을 구현한 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잘 지어진 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요리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구성이었다.
그 상대적으로 담백한 맛조차 내 경우 더 한층 담백하게 맛보게 됐는데, 그 이유는 음식맛에 관한 한 나보다 한 수 위인 아내 조언 때문. 양념간장 위에 고명처럼 얹어놓은 송송 썬 파 등 양념만 살짝 밥 위에 올려 먹어보라는 게 아내의 조언이었고, 그렇게 먹어본 결과 다른 집 돌솥밥이나 돌솥비빔밥과는 완전 다른 색다른 맛이 느껴져 아주 매우 많이 좋았다. 그 구성에 비법 양념간장만큼이나 슴슴한 느낌이 드는 겉절이 등 다른 밑반찬들을 함께 곁들여 먹으니 영점 몇 더하기 영점 몇, 다시 영점 몇이 더해져 비로소 1에 가까워진 맛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지난 2005년 전주시가 수여하는 음식명인상을 받았을 당시 창업주인 임복주 명인이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나눈 기사에 따르면 반야돌솥밥은 1980년 경 처음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남편 되는 분이 지어주셨다는 음식점 이름은 밥 반(飯), 들 야(野) 자를 써서 돌솥으로 지은 밥을 들에서 자란 야채 반찬과 곁들여 먹는다는 의미를 담았는데, 아마도 좋은 쌀, 싱싱한 야채만 사용해 정성스레 밥상을 준비한다는 의미쯤 되는 듯싶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땐 20평이 채 안되는 작은 음식점으로 시작을 했으나, 우리나라 최초의 돌솥밥이라는 이색적인 메뉴에다가 밥맛까지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줄지어 몰려오는 바람에 얼마 후엔 집으로 사용하던 2층까지 음식점으로 개방했고, 10년 뒤엔 바로 옆에다가 150평 규모 8층 건물까지 짓게 되었단다. 아마도 내가 1990년대 초 전주 출장길에 방문했던 곳이 바로 이 두 번째 건물 아니었나 싶다.
반야돌솥밥은 창업주 임복주 명인이 2005년 전주시로부터 음식명인상을 수상하고, 2016년엔 다시 음식점이 음식명소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으면서 다른 맛집들과는 차별되는 어나더레벨 맛집으로 등극했다. 전주시 선정 음식명인과 음식명소들이라고 해봐야 2024년 현재 기준 각각 열 손가락을 넘지 않는 걸로 알려져 있는 만큼 한 음식점이 두 개나 되는 타이틀을 꿰찬다는 건 실로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맛집들이 워낙 많아 맛의 고장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 전주란 동네는 맛 없는 집 찾기가 맛 있는 집 찾기보다 더 어렵다는 곳이고, 그 안에서 전주시가 음식명인이니 음식명소니 하는 상까지 얹어줬다면 그건 바로 맛집 오브 맛집이라는 의미나 다름 없으니까.
현재는 새로 옮긴 전북도청 인근 효자동 쪽으로 본점을 이전한 반야돌솥밥은 매일 오전 10시5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문을 연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며, 정기휴무일은 따로 없다. 다만 이 글을 쓰면서 영업시간 등을 확인해보기 위해 검색해본 결과 내부공사를 위해 오는 12월 중순까지는 휴무라고 하니 방문 계획이 있는 분들은 참조하시기 바란다. 주차장은 꽤 큰 규모의 전용주차장을 갖추고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