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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만원에 23첩 백반정식, 무안 일로장터백반

by 글짓는 사진장이 Jan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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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 일로재래시장 안에 자리잡고 있는 로장터백반은 아내가 즐겨보는 한 먹방 유튜브를 보던 중 단돈 만원에 23첩 반상을 즐길 수 있다는 소개에 눈이 번쩍 뜨여 언제고 한 번 가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노포 맛집이다. 전라도식 넉넉한 밥상 인심도, 시장 상인들이 즐겨찾는 노포 맛집이라는 사실도 모두 딱 내 취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밥 한 끼 먹자고 나서기엔 전주 우리집에서 전남 무안까지 2시간 가까이 달려가야 하는 먼 거리가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몇 달째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중이었는데, 마침 요 며칠 전 신안 1004섬 분재정원으로 동백꽃을 보러 가는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그곳을 지날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달려가봤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속담과는 달리 장날이 아니라서 주변이 많이 휑한 분위기였고, 시장 상인분들이 주된 손님이라고 들은 터라 혹시라도 문을 안 열었으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주저주저 식당 문을 들어섰는데, 다행히도 혹은 정말 감사하게도 정상영업 중이었다.


자리에 앉으며 나는 습관적으로 메뉴판이 걸려있을 걸로 짐작되는 식당 안 벽면들을 쭉 둘러봤다. 대충 23첩 반상을 자랑하는 백반이 이 집 시그니처메뉴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볼 때 백반집이라 하더라도 제육볶음이라든가 낚지볶음 같은 추가메뉴가 있는 곳들도 많음을 알았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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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메뉴판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혹시 중국집처럼 손님이 들어오면 가져다주는 메뉴판이 있나 싶어 사장님께 여쭤봤는데, 사장님은 "우리집서는 따로 주문할 필요 없어요. 그냥 사람 머릿수대로 자동주문 들어가니께, 허허" 하고 웃으셨다. 나는 속으로 '굉장히 단순명료하면서도 과학적인 시스템이구만 ㅎㅎ' 생각하며 마주 웃어줬다.


그리고 잠시 후 고대하던 백반 한 상이 우리 식탁 위에 차려졌는데, 23첩 반상이라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는 데다가 심지어 유튜브로 한 번 본 적 있는 상차림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눈앞에서 직접 펼쳐진 광경을 보자 입이 딱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단돈 만원에 이 많은 걸 다 준다굿?' 하는 비현실적 장면을 마주한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라고나 할까.


양도 양이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도 아주 매우 많이 놀라웠다. 그냥 가짓수만 잔뜩 늘려놓은 게 아니라 23첩 반상에 오른 반찬들 중 허투루 오른 게 없다 싶을 만큼 그 구성이 알찼고, 맛 또한 남도 특유의 진하고 깊은 맛을 구현해 내 젓가락과 숟가락을 바쁘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 눈길을 끌었던 건 '고봉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넉넉한 밥 인심이었다. 공기밥 한 그릇에 2천원씩 받는 식당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을 만큼 고물가인 시대에 일반 공기밥 1.5배쯤은 돼보이는 넉넉한 양에다가, 그 비싼 콩마저 살포시 얹어놓은 걸 보니 '이 집 이거 인심이가 정말 후하구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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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저도 밥 양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 밥이건 반찬이건 무한리필을 해주신다니 정말 '혜자로운' 식당이 아닐 수 없었는데, 실제로 내가 밥을 먹고 있던 중 옆 테이블에선 고봉밥을 연상케 하는 그 양으로도 부족했던지 "공기밥 하나 추가욧!"을 외치는 손님도 있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게 아마도 단골손님 아닌가 싶었다.


덕분에 아주 매우 많이 만족스럽게 배부른 '만원의 행복' 충만한 한 끼를 즐길 수 있었는데, 그렇게 먹고 인당 만원씩 달랑 2만원 내는 게 미안하단 생각마저 들어 평소 다른 식당들에서와는 달리 신용카드 대신 현금으로 계산을 치루었다. 몇 푼 안 되지만 가성비 좋고 인심 좋은 그 식당을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라도 아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대략 25년 정도 전남 무안 일로재래시장과 역사를 함께 해왔다는 일로장터백반은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이며, 다만 1, 6으로 끝나는 날은 오일장이 열리는 일로재래시장 특성상 장날은 문을 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만일 월요일과 장날이 겹치는 날 이곳을 찾을 일정이 잡히면 사전에 전화문의를 한 뒤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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