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도 때론 무섭다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32
내가 아버지가 되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이 하나 있다.
내가 그랬듯이 우리 아버지도 사실은 아버지 노릇이 처음이었다는 사실이다.
태어나 눈을 뜨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이미 내 아버지로서 그 자리에 계셨었기에
나는, 우리는 아버지가 원래부터 그렇게 아버지로 태어난 줄 착각을 하고 살았다.
그래서 사는 동안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좀 미진한 부분이라도 느껴지면
'무슨 아버지가 저래' 하며 마음 속으로 불만을 갖기도 했었다.
힘든 일도, 귀찮은 일도, 심지어 위험한 일까지도 아버지라면 당연히
자식들을 위해, 가족들을 위해 해야만 하는 거라고 착각을 했었다.
정말 멍청하게도 아버지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고,
반드시 그래야만 된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돼 살아보니 그건 철없는 자식놈들의 턱없는 이기심이었음을 알게 됐다.
두 아이의 아버지가 돼 살아오는 동안 나는 '내가 지금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우리 아버지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 하고 지난날 아버지의 모습을 곰곰 돌이켜 생각해 보는 마음이 종종 생겼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우리 아버지도 때론 많이 외롭고
때론 많이 무서우셨을 거란걸 깨닫게 됐다.
가족들 앞에서, 특히 자식놈들 앞에선 슈퍼맨이라도 되는척
어떤 두려운 상황에서도 어깨 가득 '뽕'을 잔뜩 집어넣은채 허세를 부리곤 하시던 아버지였지만
사실은 그 순간순간마다 많이 무섭고 힘드셨을 거란 걸 나는 뒤늦게야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세 70, 80을 넘겨 거동조차 불편해지실 때까지 나는
아버지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기보다는 걱정을 더 많이 끼쳐드리는 못난 자식이었다.
제 잘난 멋에 사느라 아버지보단 훨씬 잘 살아보겠다고 깝쳤지만,
나이 50을 넘겨 돌아보니 그 근처에도 미치지 못함을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생전엔 쑥스러워 미처 말씀 드리지 못했지만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