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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당신 몸은 재테크 수단이 아닙니다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33
by
글짓는 사진장이
Jul 7. 2021
경제적으로 워낙 힘들게 살아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래 왔고,
나중엔 그게 아예 습관이 돼서 그러셨겠지만
우리
아버지들은 병원 가는 걸 끔찍하게도 싫어하셨다.
'내 병은 내가 잘 안다'는 게 아버지들의 단골 변명이었다.
내 병은 내가 가장 잘 아니까 굳이 병원에 안 가도 되고,
그냥 약국에서 약
이나
몇 알 사먹으면 된다는 말씀이셨다.
벌이는 적고 여기저기 돈 나갈 구멍은 많다 보니 미련하게도
당신 몸이 가장 만만한 절약의 수단이라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혹은 소소한 병쯤은 당신들을
어쩌지 못할 거라 착각하셨던 것도 같다.
하지만 몸만큼 정직한 게 없어서 나이가 들면서 결국 큰 탈이 나곤 하신다.
젊었을 때 조금만 신경 쓰고 관리를 해주었더라면 예방할 수도 있었을 병을
내 병은 내가 가장 잘 안다며 방치해 온 결과다.
우리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셨다.
큰 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나는 아버지가 당신 발로 병원을 찾는 걸 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큰 병으로 한번 호되게 병원신세를 지고 난 뒤에도 여전히
내 병은 내가 가장 잘 안다며 막무가내로 병원 가기를 마다하시곤 했었다.
팔십 다섯 연세로 아버지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등지신 뒤 내가 가장 후회했던 것도
그 고집을 어떻게든 꺾어서 좀 더 일찌감치 병원으로 모시지 못한 거였다.
만일 그랬더라면 다만 몇 년이라도 더 천수를 누리시지 않았을까 싶어서다.
'어버이 살아
신제 섬기기를 다하여라'는 선인이 남긴 시도 있지만
아버지 기일이 다가오는 매년 이 맘 때면 평생에 고쳐 못할 일 이뿐인가 싶어
일찌감치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가지 못한게 두고두고 후회가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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