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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역사 원조 게국지맛집, 서산 진국집

by 글짓는 사진장이


충남 서산 게국지 맛집으로 현지인들 사이에선 꽤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읍내동 1-22 소재 진국집을 찾아간 건 내가 좋아하는 한 노포음식점 전문작가님 소개가 인상 깊어서다. 여행 시 꼭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다니곤 한다는 그는 서산에 가면 반드시 이 음식점부터 찾는다고 했다.


그같은 설명을 곁들여 진국집 이모저모를 사진으로 보여줬는데, 그 노포 오브 노포스러운 음식점 외관이라든가 글씨가 거의 다 지워져 겨우겨우 윤곽만 남아있는 오래된 간판 등이 딱 '이 집은 꼭, 반드시, 어떤 일이 있어도 가봐야 햇!' 하는 강한 충동을 불러 일으켰었더랬다.


나중에 관련 정보를 검색하다 보니 백종원의 3대천왕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블루리본 이력은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은 반면 그같은 방송 소개 사실을 알리는 표식은 어디에도 안 보이는 게 이곳 사장님 성향이 방송 같은 건 별로 안중에도 없으신 모양이다.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 맛집 서산 진국집 시그니처 메뉴는 게국지백반이다. 충청남도 하고도 서산 지역에 가야만 맛볼 수 있다는 향토음식이라 나 같은 타 지역 사람들에겐 이름조차 낯선 메뉴인데, 그래서 서산 여행을 간다면 꼭 한번 맛보라고 권하고 싶은 메뉴.


한 가지 재밌는건 이 집 메뉴판을 보면 맨 위에 '진국집은 백반집입니다. 게국지는 꽃게탕이 아닙니다. 게국지는 짭짜름한 지짐김치입니다'라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는 건데, 이 동네를 찾는 여행객들 중 어설픈 지식으로 게국지를 꽃게탕과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서란다.


게국지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게국지백반만 주문해 먹어도 좋지만, 이 음식이 낯선 타지 여행객들이라면 수육 또는 제육볶음을 추가한 세트메뉴를 주문하는 걸 '강력히' 추천한다.


세트메뉴를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라도 음식 중 그 맛이 강렬하기로 소문난 홍어가 연상될 만큼 게국지라는 음식 맛이 아주 매우 많이 강렬해서 그 맛에 익숙지 않은 타지 여행객들은 밥 한 끼 클리어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흔히들 그 맛을 '꼬릿하다' 혹은 '쿰쿰하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꽃게탕과 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 채 한 입 먹어본 결과 느낌이 완전 달랐다. 홍어탕도 먹어보고 청국장찌개 등 냄새라든가 독특한 맛이 나는 탕이니 찌개니 이것저것 많이 먹어봤지만, 이건 완전히 종류를 달리 하는 맛이었다.


그 맛을 잘 알고 혀에 익숙한 현지인 단골들은 "처음엔 비릿하지만 먹을수록 입안에 감도는 감칠맛이 매력적"이라고 게국지 맛을 표현하곤 한다는데, 아쉽게도 내 경우 재밌는 맛이라는 생각 정도에 만족해야만 했다.


밥을 다 먹고 나온 뒤 차 안까지 냄새가 따라오는 그 강렬하고도 오묘한 맛을 제대로 이해하기엔 내 어른아이적인 미각이 좀, 아니 많이 부족했다고나 할까. 게국지라는 음식은 충청도 사람들이 구사하는 사투리 속에 깊이 감춰진 '능청스런' 워딩만큼이나 어렵다는 생각도 한편으론 들었을 정도.



참고로 게국지는 충남 서산과 태안을 중심으로 발전한 향토음식으로 게국지김치를 줄여 쓰는 음식이름이다. 무청, 배추에 게의 일종인 능쟁이로 만든 게장 국물이나 젓갈 국물을 넣어 숙성시킨 이 지역 김치로, 이걸 찌개처럼 뜨끈하게 데워 내놓는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전통적인 게국지.


아이(어른아이 포함)를 데리고 방문하는 여행객들이라면 특히나 앞서 내가 추천한 수육 또는 제육볶음 세트메뉴를 주문하는 걸 다시 한번 강력히 추천한다. 이 지역 특유의 향토음식인 게국지가 선사하는 강렬하고도 낯선 맛에 자칫 밥을 못 먹거나 밥만 겨우 먹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서양문화권 외국인들이 한국에 처음 여행왔을 때 김치나 된장찌개 같은 한국적 음식을 접하게 되면 보이는 낯섦 혹은 당황 류 감정을 느낄 정도로 같은 한국음식이어도 결코 평범하지는 않은 맛이라는 걸 십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람에 따라선 일종의 음식문화적 충격을 맛볼 수도 있을 정도다.


서산 진국집은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문을 연다.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점심이나 저녁시간, 특히 주말에는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로 웨이팅도 만만치 않단다. 이 테이블 수도 몇 안 되는 작은 식당에 4~500명씩 몰려든다니까 방문계획이 있을 경우 피크 시간은 피하는 게 좋다.


내 경우 서산 여행길에 토요일 오후 4시쯤 느즈막히 방문을 했었는데, 혹시 브레이크 타임에 걸리지 않을까 싶어 전화로 문의했더니 "우린 그런거 없슈~~우" 하는 능청스런 사장님 대답에 순간 여자 백종원인가 싶어 웃음이 빵 터지는 재밌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시장골목 느낌의 좁은 골목길 안에 위치하고 있는 음식점 특성상 전용주차장은 따로 없으며, 따라서 차를 갖고 갈 경우 인근 공영주차장이나 골목길 안쪽에 눈치껏 주차를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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