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I take your picture?"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6

by 글짓는 사진장이


몇 년 전 서울여행 길에 경복궁을 찾았다가 특별한 사람을 한 명 만났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사진 속 미국 여인이 그 주인공이다.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좀 남아 경복궁이나 한 바퀴 돌아볼까 하고 들어갔는데,

한복 맵시가 참 고운 외국인풍의 여성 한 명이 눈에 훅 들어오길래 사진 욕심이 동했다.

마침 그녀가 서있던 자리가 빛도 좋고 배경도 좋아 더 눈에 확 들어왔던 것 같다.


평상시엔 낯도 좀 가리는 편이고 누군가에게 뭘 부탁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사진 욕심이 동하면 물불 안 가리는 스타일이라 그녀가 눈에 확 들어오는 순간 다짜고짜 다가갔다.

그리고는 밑천 짧은 영어로 대뜸 "I'm Korean photographer. Can I take your picture?" 하고 물었다.


왜, 무엇 때문에 내 사진을 찍으려 하느냐고 꼬치꼬치 따지거나 "No!"라고 거절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낯선 나라에서 생판 본 적도 없는 남자놈이 갑자기, 느닷없이 사진 한 장 찍자고 덤비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완전히 내 예상 밖이었다.

내가 한국인임을 알자마자 곧바로 유창한 한국어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오며 마음꺽 찍어도 좋다고 했던 것이다.


알고 보니 그녀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 보내졌다가 몇 십 년만에 한국을 방문한 길이라고 했다.

다른 몇 명의 입양아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는 그녀는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를 찾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아마도 이날을 위해 오랜 시간 꾸준히 한국어를 배워온듯 했다.


반가우면서도 왠지 미안한 마음으로 경복궁을 배경 삼아 정성껏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그리고 이메일 주소를 받아 며칠 후 그녀에게 보내줬다.

그 몇 장의 사진이 어렵사리 찾아온 그녀의 조국 방문길을 따뜻하게 밝히는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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