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노릇 하기가 힘든 이유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39

by 글짓는 사진장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있다.

철없는 자식놈들 중엔 "그래도 그 중 덜 아픈 손가락은 있지 않느냐?"며 시비를 거는 놈도 있지만,

어차피 내 손가락인 것을 더 아프고 덜 아플게 어디 있을까.


아비의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님만 봐도 그렇다.

일년 내 열심히 땀 흘려 농사를 짓고 나면 자식놈같은 알곡들이 가지끝마다 주렁주렁 매달리지만

아무리 많다 한들 그 중 작은 알갱이 하나, 상처난 과일 하나 허투루 버리는 농부님은 없는 법이다.


"제대로 키우지도 못할 거 왜 낳았느냐"며 모진 말로 아버지 가슴을 후벼파는 자식놈들이 간혹 있다.

어떻게 키우는 게 잘 키우는 건지 어디에도 모범답안은 없지만,

세상 어느 부모가 제 자식을 그 누구보다 제대로 잘 키우고 싶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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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아무리 농부님이 햇볕 좋은 곳을 골라 정성스레 판을 깔고

그 위에 한 놈 한 놈 누운 매무새까지 신경써가며 골고루 잘 펼쳐 널어놔도

개중에 어떤 놈은 바람에 날리거나 호기심 많은 길고양이 발길에 채여 길바닥에 나뒹굴기도 하는 법이다.


아비의 마음으로 농부님이 누구 하나 길바닥에 나뒹구는 놈 없도록

한 놈 한 놈 들여다보고 끝없이 살펴가며 제 자리를 찾아주려 애써도

세상 일이란게 1+1은 2가 되는 산수처럼 명쾌하게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아버지 노릇 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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