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어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by 박카스맛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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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집. 작가님이 워낙 유명하신 데다가 다작을 하셔서 한동안 서점 입구에는 작가님의 책이 쌓여있었다. 이상하게 베스트셀러인 책은 베스트셀러에서 내려가고 나서야 관심이 가는 병이 있는 나는 이 소설집을 이제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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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시선은 언제나 소외된 자들에게 가닿아 있는 것 같다. 세심하고 다정한 시선이다. 보통의 범주에 속하지 못한 이들의 몸과 마음으로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은 일생을 보편의 중심에서 살아온 나를 부끄럽게 했다. 나는 여기가 편리한 자리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튀지 않으려 노력하기도 했고, 평범함을 다행이라고 여기며 거만하기도 했다. 내가 속한 사회의 평균치의 키, 체형, 목소리, 생김새.... 나는 늘 다수에 속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하는 말은 종이를 뚫고 나에게 곧바로 온다.


“이곳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들이 이곳을 덜 미워하게 하지는 않아. 그건 그냥 동시에 존재하는 거야. 다른 모든 것처럼.”


보통의 범주는 언제든 다시 그어질 수 있는 선이란 것을, 누군가 밟아 없애면 없어질 선이란 것을, 그저 우연히 나를 포함하여 그어진 선인 것을 모르고 살았다. 작가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그어둔 보통의 선이 희미해진다. 가끔은 이게 그어둔지도 몰랐던 선들이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내 세상은 선 너머를 향해 넓어진다.


그 순간 저는 여전히 로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동시에 제가 앞으로도, 어쩌면 영원히 로라를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것도요. 하지만 그걸 깨닫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