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랑할 거야

<재와 물거품>, 김청귤

by 박카스맛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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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읽고 반해서 산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이 시리즈는 책의 크기, 무게, 디자인이 정말 좋다. 가볍고 얇아서 지하철이나 기차에서 읽기 딱인 데다가 표지도 세상 감각적.


이번 책은 중단편 하나가 실려있는데 (사실 단편집인 줄 알고 삼) <칵테일, 러브, 좀비> 중 ‘습지의 사랑’을 떠올리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분류하자면 그렇지만 마냥 유치하거나 가볍지 않아서 진지하게 읽었다. 감정의 표현도 농도가 짙어서 몰입이 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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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이 책의 주제는 단연 ‘사랑’이다. 섬을 지키는 무녀 ‘마리’와 인간을 지키는 ‘수아’의 사랑 이야기인데 여느 로맨스가 그렇듯 고난과 역경이 찾아온다. 몇 번이고 서로를 잃으면서 변해가고 외부에 의해 상처받기도 하지만 마리와 수아는 서로를 놓지 않는다.


제목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무녀였던 마리는 섬사람들의 이기심과 무례함으로 불을 다루는 마녀가 된다. 그런 마리가 사라지면 재가 된다. 마리의 섬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인어 수아는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그러니까 책의 제목은 주인공들의 죽음을 내포하지만 그것이 꼭 비극이 되진 않는다는 (어찌 보면 반전인) 책의 결말이 재밌었다.


보는 사람이 없어도 파도가 치는 것처럼, 마리가 잠들었어도 수아는 노래하듯 사랑한다고 말했다. 사랑을 한 방울 한 방울 모아 바다를 만들고 싶었으나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중략) 마리를 행복하게 만들기에 자신의 마음이 아주 작고 보잘것없다 해도, 마르지 않는 바다처럼 언제까지나 사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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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을 이겨내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동화적 결말은 분명 현실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클리셰 가득한 해피 엔딩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한 것 같다. 그렇게 나도 언젠간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이 역경에 굴복하지 않고 이겨내면, 어쩌면, 영원히 행복할 거라는 희망으로 지금의 고통을 딛고 살아갈 힘을 얻기 때문이다. (이 책이 클리셰 가득 하단 말은 아니고! 전개 아주 예상 다 빗나감...ㅎㅎ)


처음 구상은 이런 결말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원래 방향도 좋았겠지만 실은 중반쯤부터 제발 둘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읽게 됐다. 마리와 수아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둘에 나를 비춰 또 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