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들으며 살아가기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은모든

by 박카스맛젤리

0

믿고 보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최근에 읽은 책의 주인공들은 주로 초능력이 있다거나, 다치거나, 죽거나, 심지어는 종종 다른 이를 죽이기도 했기 때문에 ‘대화와 산책의 소설’이라는 책 소개를 보고는 읽지 않을 수 없었다.


1

그 시간 모두 침대에 누워서 보내려던 (완벽한) 계획은 과외생 해미의 연락 두절로 인해 무산이 된다. 휴가 전 마지막 수업에서 해미의 말을 잡담으로 여기고 진도를 나갔던 사실이 경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만 그것뿐이다. 이상한 건 그 이후로 사람들이-정말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까지도-경진에게 본인들의 이야기를 대뜸 털어놓는 것이었다.


2

소설에서는 엄청나다거나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경진은 걷고, 사람들은 말을 하고, 경진은 듣는다. 그게 너무도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경진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나도 나의 이야기를 경진에게 털어놓고 있게 된다. 그렇게 ‘산책의 소설’이라는 말은 아주 적절한 소개라고 할 수 있었고 나는 잠시나마 편안한 상태가 된다.


‘“엄마, 어제부터 뭐에 씌었는지 사람들이 저한테 와서 막 묻지도 않은 별별 얘기를 다 해 주더라고요. 엄마는 저한테 뭐 하고 싶은 얘기 없어요?”
‘경진은 섣불리 짐작하는 것을 멈추고 눈물이 맺힌 해미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