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크'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칠흑같은 밤 로크는 자신의 신념의 도로 위를 달린다. 건축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도 몇 년 혹은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이정도면 성공했다고 생각할만큼의 만족스러운 일상을 살고 있던 그다. 그 앞에 나타난 변수 하나. 자신의 외도로 인해 생긴 아이가 곧 태어난다는 소식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의 삶은 모든 일을 계획적으로 척척 진행하며, 그리고 그것들을 실천하면서 열심히 살아온 삶이다. 이처럼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진 로크는 자신이 만든 변수와 그 밖의 일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바쁘게 가는 도중에도 그는 그가 맡은 큰 프로젝트의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발휘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정, 아내와 자녀들에게도 모든 일을 솔직히 말한다. 솔직함만이 그들에게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배려다. 그리고 그는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갈 뿐이다.
처음에는 로크의 내면, 그 중심에는 자신의 무책임했던 아버지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의 책임감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러한 책임감을 기반으로 자신이 내린 선택에 의해서 돌아갈 수 없다는 체념이 더 주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살면서 계획했던 일들 사이에서 훼방을 놓는 변수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그 무언가다. 하지만, 이 또한 과거의 내가 어떠한 선택을 했기 때문에 연이어 오는 결과물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이것은 우리가 감당해내야할 것들이다. 옳은 선택이란 없고, 내가 한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다시한번 그 변수에 대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고 이는 또 다른 변화를 낳게 된다.
한마디로, 우리는 가변성이 난무하는 삶의 도로 위를 달리며 살고 있다는 말이다. 차창 밖 일렁이는 불빛만큼이나 어지럽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그 방향으로 간다한들 어떤 곳에 닿을지 모른다. 로크는 이를 밀폐된 차 안의 혼란을 겪는 캐릭터로서 표현한다. 밀폐된 차 안은 우리의 내면이고, 로크는 혼돈을 겪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굽이굽이 난 도로와 그 위의 자그맣게 빛나는 가로등 뿐이다.
그저 나아갈 뿐이다. 안밖으로 모호하고도 뿌연 안개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