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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Aug 10. 2019

Ver24.8의 나

인생 업데이트 중

지금 이대로가 좋다가도 모든 걸 다 뒤집어엎어버리고 싶은 24살이다. 예전이었다면 안 샀을 물건들을 후회 없이 사들이고, 머리를 자르는 데 예전만큼 크게 고민을 하지 않으며 어색한 사람과 있을 때 숨 막힐 듯한 시공간을 메울 수 있는 요령 있는 말들도 술술 내뱉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회사 일에도 그럭저럭 잘 견디고 있다.


오늘은 어떤 또라이를 마주했고 어떤 디저트를 먹었으며 어떤 노래를 발견했다 등등 곧 사라져 버릴 부질없는 말들과 응어리 진 말들도 유연하게 삼키고 있다. 별 볼일 없는 일상을 구구절절 나열할 만한 에너지가 이제는 없기도 하고, 그냥 이 모든 게 나를 할퀴고 지나갈 때까지 두는 게 더 편해진 탓이다.


작년 11월 내 안의 퓨즈가 딱 끊긴 이후부터다. 사사로운 일에 사사롭게 마음을 쓰지 않고 오랜 정으로 쌓아온, 하지만 분명 달라진 관계를 슬슬 놓고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게 달라졌고 나 역시 달라졌다. 바꿀 수 없는 일들엔 거리를 두고 바꿀 수 있는 일들에 에너지를 쏟고 싶다.

내숭을 떨며 현실에 옮기지 못할 말들을 읽고 쓰고 내뱉기보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애플 뮤직 가족이 되어 과연 밀레니얼스러운 경제관념을 몸소 실천하고, 틈날 때마다 일본어 공부도 하고, 숱한 이별에 크게 눈물짓지 않으며 짝사랑했던 사람과 만나 아무렇지 않은 척 밥도 잘 먹는 24.8버전의 생활도 퍽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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