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구름이랑 산책을 하다 보면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강아지들끼리 마주치면 집사들은 빠르게 강아지로 빙의해서 생전 처음 봤음에도 '친구 왔다, 친구~' '친구 잘 가~'라고 얘기한다. 근데 정작 집사들은 가볍게 고개 숙이는 게 전부다.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때는 경계와 반가움이 공기를 메우지만, 집사 대 집사로 만날 때는 모종의 신뢰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 친구라고 부르지 않는다. 친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요즘 드는 생각은 친구란 비슷한 에너지와 유머감각, 타이밍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선 서로 간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무언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 양이 비슷하거나 같은 포인트에서 웃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 것. 누군가와 멀어진다면 우린 에너지가 다른 것이고, 같은 것에 웃음 지을 수 없는 것이고, 타이밍이 빗나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내 주변의 사람들 중 친구는 몇이나 될까?
최근 카톡 대화 목록에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보다 회사 사람들이 더 많이 있는 걸 문득 깨닫게 되고, 연락할 기운이 없어도 굳이 만나는 사람과 만나지 않는 사람들을 떠올려보고 '결국 이렇게 되는 거구나' 하며 어른 흉내를 내본다. 24살이 되어도 여전히 친구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