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9호선 급행을 타고 김포공항에서 내리는데 기관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안녕히 가십시오'.
어쩌면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는 건 이 문장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내가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는,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가장 무해하고 건강하며 상식적인 말이 아닐까 싶었다. 동시에 내가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이 마음 하나만 갖고 키워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엄마아빠한테 듣고 싶었던 말이어서 그랬을까.
어떤 사람이 욕심나기 시작하면 혹은 뭔가 바라는 게 생기는 관계라면, 나도 모르게, 내 곁에 있었으면 하게 된다. 근데 그건 언제까지나 내 욕심이었고 그걸 깨닫게 되는 순간 상대방이 미워졌다.
가벼운 인사였던 기관사의 말은 의외로 내게 큰 자욱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