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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Jan 13. 2022

유언을 남겨야 한다면

다큐 영화 '이블린'

내가 먼저 세상을 뜬대도

슬픔으로 먹구름을 만들지 마

슬픔 앞에서 대담하면서도 온화하게 버텨

변화는 있겠지만 떠나는  아니야

죽음이 삶의 일부이듯

망자도 살아 있는 자들 틈에서 영원히 살지


모두가 모여 이 여정이 풍요로워지고

그 순간을 나누고 미지를 탐험하며

친밀함이 차곡차곡 쌓여

우리를 웃고, 울고 노래하게 만드는 것들

햇빛에 반짝이는 눈의 기쁨

처음 피어나는 봄

보고 만지는 무언의 언어

이해, 서로 주고받기


이것들은 지는 꽃이 아니고

떨어져 사라지는 나무도 아니야

돌도 아니지

돌도 바람과 비를 견딜 수는 없고

우뚝 솟은 산봉우리와 시간도

세월이 가면 모래로 변해

우린 예전 그대로이고 갖고 있던 것도 그대로야

함께한 과거는 영원히 존재하지

우리가 함께 걸었던 숲을 혼자 산책하면서

그대 옆에 있는 둑에서 내 그림자를 찾겠지

산에서는 우리가 항상 쉬어 가던 길목에서 멈추고

아래 펼쳐진 땅을 바라보며

뭔가를 발견하고 습관적으로 손을 뻗을 거야

손이 허공을 헤매며 슬픔이 덮치기 시작하면

그대로 눈을 감고 숨을 쉬며

그대 마음속의 내 발소리를 들어봐

난 떠난 게 아니라 당신 안으로 들어갔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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