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서 온 가족

영화 '단지 세상의 끝' 리뷰

by 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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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루이. 12년전 집을 떠나와 가족들과의 발길을 끊고 살던, 34살 유명한 작가이다. 어느 날, 시한부 선고를 받고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러 정말 오랜만에 집으로 향한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그런 발걸음이다.


엄마, 형 앙트완, 여동생 쉬잔, 형수 카트린. 반갑고도 애틋한 사람들로부터 왁자지껄한 환대를 받는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카트린의 노력을 뻘쭘함으로 짓밟아버리는 앙트완을 시작으로 12년간 묵혀있던 앙금이 그 어두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따뜻한 눈빛으로 맞아주는 가족들과 달리, 앙트완은 자꾸만 삐딱하게 나간다. 자신과 달리, 파리로 나가 출세한 동생을 보자니 자꾸만 열등감과 원망에 휩싸이는 것이다. 엄마는 사랑으로써, 동생은 동경으로써 루이를 옹호하자, 그들에게도 화가 난다. 적대적인 태도의 앙트완에게 화가 난 가족들은 점심식사와 디저트를 먹는 자리에서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결국 그렇게 짧은 3시간은 지나고, 단란한 가정 속 자신의 슬픔을 안아주리라 기대하고 왔던 루이는 끝까지 자신의 죽음조차 가족들에게 전하지 못하고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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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너무 적대적이고 얄밉게 나오는 앙트완이 싫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말없이 떠난 루이의 빈자리로부터 오는 공허함과 그를 이해할 수 없는데에서 오는 원망, 그와 비교했을 때 한없이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열등감. 그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채 12년을 살아왔을 앙트완을 보자니 마음이 짠했다. 가족들의 시선에서는 멍청하고 자존심만 센 사람이지만, 그의 내면안으로 들어가보면 그보다 황량한 사막은 없을 듯 싶다.


단지 세상의 끝을 보고있자면, 이유모를 눈물이 핑 돈다. 가족이란 것에 담겨진 본능적인 애틋함일수도, 영영 이해할 수 없는 가족들과 함께 지내야 한다는 한탄 섞인 회의감일수도. 그 정의내릴 수 없는 감정의 어딘가에서 부유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수없이 많지만, 안타깝게도, 그 중에서도 최고는 단연 인간으로서의 가족이다. 늘 부대끼며, 의지하며, 밀어내며 사는 그 가족말이다. 나는 가끔 엄마가 아빠가, 또 오빠가 이해가 안 된다. 그들이 하는 행동, 사고, 말투 하나하나가 거슬릴 때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난 후의 나는 그들을 한 명의 인간이 아닌 가족 구성원의 역할로써 그들을 내 방식대로 정의내리려 했음을 깨닫는다. 아빠는 이래야해, 엄마는 이래야해. 내가 만든 가족의 울타리안에 혼자 갇혀있고, 그들 역시 나와 같은 불완전하고도 외로운 인간임을 알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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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세상의 끝에서 온 가족들과 함께 산다. 세상의 끝에서 온 사람처럼 낯설다. 하지만, 지구는 둥글기에 세상의 끝은 곧 처음이며 우리는 만나게 되어있다.


이렇듯 가족은 가깝고도 먼 그런 사람들이다. 우리는 아마 그들을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옆에 있을 뿐이다. 안아주고 때로는 미워하면서 지겹도록 애틋한 관계 속에 평생을 머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