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그빌'리뷰
미국 록키산맥에 위치한 어느 작은 마을, 도그빌. 나름대로 자신의 인간성 이론을 주창하며 마을 주민들의 계몽을 꿈꾸는 작은 철학자 톰.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던 중 그레이스라는 한 여자가 갱단이 자신의 뒤를 밟는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톰은 마을 사람들에게 형식적인 동의를 구하고자 마을회의를 열고 2주간 그녀를 보호해주기로 한다. 그레이스에게는 자신의 신변을 담보로 2주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녀는 진심을 다해 마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이에 차차 마을사람들도 경계를 허문다.
하지만, 평화로움도 잠시 도그빌에 나타난 경찰들. 그들은 은행강도 혐의의 그레이스 지명수배 전단지를 배포한다. 이에 두려움에 사로잡힌 주민들은 그레이스를 계속 마을에 머물게 하는 대신 가혹한 댓가를 원하기 시작하고 이는 심지어 성적학대, 노동착취로까지 이어진다.
도그빌에서의 탈출을 감행하다가 실패하고 절도범으로서의 누명까지 쓰게 된 그레이스. 이 때, 갱단의 보스인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그레이스를 찾아내기에 성공한다. 덕분에 그레이스는 도그빌에서 벗어나게 되었지만 자신의 일종의 인간성 실험이었던 도그빌에서의 추악한 경험을 집단학살로써 청산한다.
전지적 작가의 시점의 나레이션과 카메라 시점을 따라가다보면 결국은 마주하기조차 역겨운 인간들의 모습에 닿는다. 이러한 점에서 도그빌만의 매력이 느껴진다. 현실사회의 추악한 사회의 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잣대로 자신만의 사상을 설파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레이스를 이용한 톰, 권력 앞에서는 최소한의 인간성조차 사라지고 자신의 실리대로 움직이는 마을사람들. 본능대로 행동하는 것은 죄가 아니며 그것을 감싸주고 이해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레이스, 폭력적인 권력만이 인간사회의 질서를 유지시킨다고 생각하는 그레이스의 아버지이자 갱단의 보스 등등.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마을주민들과 그레이스의 태도변화에 있다. 영화초반에 그들은 도망자 신세로 보이는 한 여자의 신변을 보호해주기 위해 나름대로의 도움을 주나, 경찰이라는 거대한 국가권력이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하자 그들은 이상하리만큼 폭력적이고 극단적으로 바뀐다.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권력이 오히려 개개인들의 인간성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폭압적인 아버지의 모습에 환멸을 느껴 갱단을 나와 도망치던 그레이스. 본능에 따라 사는 사람들에 대해 연민과 동정을 느껴 도그빌의 사람들에게 성적학대와 노동착취를 당해가면서도 자신의 도덕관 하나로 버티던 그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녀가 다시 돌아가는 곳은 다름아닌 폭력의 소굴, 갱단이다. 다시한번 잔혹함에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미끼로 자신들의 권력을 움켜쥐고 싶어하는 이들의 곁에 선 것이다.
서둘러 그녀에 행동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어쩌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대로 약자를 요리한 사람들에 대한 분노일지도, 자신의 도덕관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음에 대한 회의감일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딜가나 권력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며 이에 염증을 느낀 이가 기대는 곳 또한 권력임은 분명해보인다. 쓰다보니 다소 염세적인 결론이다.
도덕이란 무엇인지, 권력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숙고를 해보게 하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