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폭력의 역사'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한없이 가정적이고 온화한 성품으로 보이는 탐 스톨은 늘 그렇듯 잔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밀브룩 호텔 살인을 벌였던 불한당들이 그의 삶을 질투라도 한 듯, 그의 가게에 찾아와 손님들을 죽이려하자, 그는 날렵하게 총을 쏘아 그들을 처리한다. 이후, 밀브룩의 영웅이라 불리지만 낯선 이들이 그를 미행하고 협박하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곧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을 죽인다. 탐 스톨의 가족들은 그의 과거 ‘조이 쿠색’의 모습을 보게 되고, 피로 범벅된 과거를 자꾸 들추어내는 그의 형까지도 죽이고 집으로 돌아온다.
폭력의 역사.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폭력에도 역사가 있다. 조이 쿠색과 그를 둘러싼 모든 상황들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조이 쿠색은 다중인격, 혹은 사이코패스일까? 그렇지 않다. 그는 그저 다른 삶을 살고자 결심한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철저하게 자신의 수치스러운 과거를 숨기며 살아온 그는, 만나고 싶지 않던 과거의 사람들을 마주하면서부터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끊임없이 조이 쿠색을 다시 폭력이란 덫 안으로 빠져들게 한다. 한 인간은 사회에 의해, 폭력이라는 빠져나갈 수 없는 덫에 갇힌다. 아무리 자신이 과거를 청산하고 탈바꿈하려 애써도, 사회가 이를 끊임없이 제지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이것이 폭력의 역사 속에 내재된 딜레마이다.
또한, 폭력은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와 같다. 아들 잭 스톨은 찌질한 학생으로 살다가 아버지의 ‘영웅적인 폭력’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는 이제 자신을 괴롭히던 애들에게 가차 없이 주먹을 날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폭력적인 과거에 대해 진저리치는 모습을 보인다.
따뜻한 남편일 때의 탐 스톨을 사랑한 아내 에디. 그가 살인마 조이 쿠색이었다는 사실을 알고서 환멸감과 혐오감에서 허우적거린다. 그러나 그녀 역시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심지어, 그들은 또 다시 살인을 하고 돌아온 조이 쿠색과 함께 두려움 속의 저녁식사를 한다. 이처럼 종잡을 수 없는 가족들의 행동은 폭력에 대한 암묵적인 수용으로 볼 수 있다. 처음 폭력을 맞닥뜨렸을 때의 충격은 점점 감퇴하고, 그것에 내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들, 또 사회의 모습이다. 폭력을 부정하면서도 수긍하고, 밀쳐내면서도 수용하는 것이 우리라는 사람들이다. 폭력의 역사는 충격적인, 극도의 현실을 보여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