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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Apr 23. 2017

우리 모두의 4월

영화 '4월 이야기' 리뷰

 봄이라 함은,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이긴 하나 왠지 모르게 마음 한 켠이 시리도록 아련해지곤 한다. 심지어는 벚꽃이 비처럼 흐드러질 무렵이면 너무도 포근하고 따듯해서 다시는 안 올 시간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감정을 '모노노아와레'라고 부른다. 모노노아와레란 일본의 미의식을 상징하는 단어로, 보고 듣고 만지는 사물에 의해 촉발되는 정서와 애수, 일상과 유리된 사물 및 사상과 접했을 때 마음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적막하고 쓸쓸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슬픈 감정 등을 말한다. '4월 이야기'는 이러한 미의식을 바탕에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과 관련된 아무 상관도 없는 단어들이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게  되곤 하는데, 우즈키에겐 '무사시노'가 그것이다. 고등학교때부터 짝사랑하던 야마자키 선배가 무사시노라는 지역의 무사시노 대학에 입학한다. 그녀는 절망했지만 한편으로는 갈망했다. 그 갈망은 우즈키가 무사시노 대학으로까지 가게 한 원동력이다. 대학에 입학한 그녀는 새내기답게 동기의 청유에 의해 동아리에 가입을 하게 된다. 그런데 하필 낚시 동아리다. 왜 하필 낚시일까. 낚시는 확신 반 불확신 반을 가지고 미끼를 던지고 물고기가 미끼를 물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단 마음을 던져버리고 나면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우즈키는 낚시를 통해 야마자키에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얻고자 했을 것이다.

 우즈키가 대학에 와서 하는 모든 것들은 처음 하는 것들이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기 시작했고 혼자 밥을 해먹고 혼자서 학교생활을 한다. 사랑이라고 다르지 않다. 봄날이 처연한 이유는 어떤 것을 시작하기 전의 두려움 때문이다. 혹은 꽃이 지기 전에 찰나의 아름다움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그렇게 살아가고 그래야만 한다. 그래서, 4월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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