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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omin Dec 11. 2017

드로잉 에세이 18

나쁜 고등어

고등어가 먹고 싶다


어제 손위 동서의 초대로 저녁식사를 함께 하였다

여러 시간을 함께한 후 돌아오는 길에 처형 께서 집사람에게

진공 포장되어 있는 고등어를 몇 마리 주신 모양이다


얼핏 건네주고 받는 모습을 보다가 잠깐이지만 고등어구이에 대한 

생각이 스쳤다

우리 집사람은 고등어를 좋아하지 않는 반면

나는 가끔 '오늘은 고등어구이를 먹어 볼까'를 느낄정도는 되는 편이다

아마도 내 또래 정도의 나이를 가진 분 들이라면 

겨울날 짙은 연기와 냄새를 풍기며

부엌에서 구워내는 생선의 향과 맛을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여러 생선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흔하게 자주 먹었던 것이 고등어 아닐까 싶다

한때는 고등어 회도 정성 들여 서울까지 올려 내오는 까닭에 

상당히 비싸고 귀하게 여기며 먹기도 하였었다


젊은 시절

가장 만만하고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업무차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던 충무로의 구이집을 가는 것이었다

지금도 이른바 맛집으로 여겨지는 몇몇 집들이 성업을 하고 있는 것처럼

이십 년 도 훨씬 전이었던 그 시절에도 여전히 훌륭한 맛집이었고 

여러 생선중 고등어가 으뜸이었다


언젠가 이 고등어가 아주 흉한 평을 받은 적이 있었으니

이른바 '미세먼지 오염의 주범'이라는 누명을 받았던 때이다

새삼 거론하기도 불필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아도 어이없는 발표이고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엉성한 조사 결과였다


예전 좁은 부엌에서

매캐한 연기 속에 고등어를 구우시던 어머니의 건강이

불현듯 걱정되었고 즐겨 가던 생선구이집의 여러 사람들도

갑자기 안쓰러워졌었다

물론 그 발표를 접했던 사람들치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을 것이고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무책임한 발표로 당혹해했던 많은 사람들과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정정 보도랍시고 

요리조리 책임회피를 위해 여러 가지 수사를 짜깁기하여 나열하였던 

행정 관청의 몰염치함 까지를 새삼 떠 올리며


어제저녁 

처형의 선의로 전해받은 진공 포장된 냉동 고등어와 

이를 냄새와 연기를 피우며 구워 내거나 

또는 얼큰한 찌개로 끓여 내 줄 

고등어를 먹지 않는 집사람 까지를 한순간 떠올리며 

이래저래 맛있게 먹기에

약간은 겸연쩍은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 하여도 음식이고 식재료인 이상

집사람의 수고가 더해져 조만간 우리 집 식탁에 오를 것이고

그 순간만큼은 미세먼지 따위는 더 이상 되뇌지 않고 오로지

맛있게 먹는 것에만 집중할 일이다


여하튼 고등어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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