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래된 가방들 여덟
언제 어디를 가거나 항상 내 바지 왼편 뒷주머니에
들어있는 지폐 지갑이다
오늘도 당연히 바지 주머니에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집사람이 아침에 놓아준 용돈 봉투 덕에
평소보다 많이 두둑하다
이 물건도 상당한 연륜을 가지고 있다
일본 출장이 잦던 시절에 한화와 엔화를 구분하기 위해 장만한 후
출장에서 돌아오고 나서는 당연히 한화 지폐만을 넣어 다녔다
지금은 그림에서와 같이 상당히 많이 낡았고
그 부피도 예전 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부피가 줄어 빈약해졌음에도 오히려 사용빈도는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다
절절이 설명하기도 불필요 하지만 현재의 나의 살림규모와 형태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 같다
많이 낡은 연유로
한때는 대체할 다른 지갑을 찾기 위한 노력도 해 보았지만
이만한 물건도 없거니와 무언가 알 수 없는 약간의 패배감이 남아 있는 듯하여
마음을 접고 더 이상의 손상을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아껴가며
사용하고 있다
사용빈도에 대해 잠깐 언급했지만
회사를 위한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지금은 누군가와 차를 마시던
식사를 하던 모든 것이 개인적인 일상의 하나인지라
개인 카드나 현금 이외는 다른 결재 수단을 사용할 일이 없음에서 비롯된
새로운 생활패턴 중 하나이다
그만큼 회사로 대표되는 공적인 만남이나 활동이 적어졌다는 반증이다
그렇다 한들 또다시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을 궁리하고
번잡스럽게 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이렇게 이야기로 풀어놓으니
이 조그마한 지갑이 어쩌면 나의 나이 듦의 변화를
가장 현실적으로 최 전방에서 느끼고 보여주는 대견하고도 안쓰러운
흡사 가슴 안쪽 깊숙이 담아놓은 믿음직 한 심복 같다
그러고 보면 집에 돌아와 소지품을 꺼내 놓을 때
특히 지갑을 함부로 던지듯 내려놓는 버릇을 고치라 하던 집사람의
잔소리가 오늘따라 묵직하게 다가온다
설사 매일 들어 귀에 딱지가 앉는다 해도
하루하루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된다면
결코 마다하고 투정 부릴 일이 아닌 듯하다
오히려 하루하루 고마워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