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래된 가방들 일곱
전에 소개한 가방들에 비하면 비교적 최근에 구입하고
사용하게 된 가방이다
정말 두툼한 통가죽으로 만들어진
그 질감 만으로도 충분한 신뢰가 가는 믿음직한 가방이다
입장을 바꾸어 누군가가
비즈니스 미팅장소에 이러한 가방에 정갈하게 정리한 서류를 넣고
나타나 진지한 눈빛으로 대화를 이끌어 간다면
그 어떤 사람이 신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비록 나로서는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하였을 지라도
이 가방이 가지고 있는 물성이 그 정도로 진지하고 성실하다는 뜻이다
극히 단순하고 넉넉한 수납공간은
적지 않은 물건을 담아낼 수 있고
가죽의 두께감이 기본 형태를 쉽사리 무너뜨리지 않는 우직함도 있는 반면에
두께감 때문에 생기는 신축성의 결여가
오히려 수납하는 물건의 형태에 제약을 주기도 한다
즉 공간에 대한 융통성이 전혀 없는 관계로
복잡한 형태의 물건은 오히려 수납에 불편하기도 하다
갓 구매하고 나면
창백하기까지 한 밝은 색상 때문에 선뜻 들고나가기가 망설여지지만
몇 해가 지나고 자연스럽게 태닝이 되면
기분 좋은 착색이 얹히고
손으로 만져지는 특정부위에
나의 손에 의한 또 다른 착색이 이루어지며
비로소 아주 적절한 착용감이 생기게 된다
이를테면
항상 손길이 가는 부분의 가죽이 부드러워지고
그만큼의 구김이 발생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 가방
나의 것이라는 일체감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내 손길에 길들여지고
내 손때가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이 가방과 함께 했던 여러 비즈니스와 관련한 기억이
사무실 한쪽 구석에 놓인 모습만으로도
또다시 떠오르고
한 순간 가라앉았던 심신에 알 수 없는 활기가
움찔거림을 느낄 수 있다
기분 좋은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