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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omin Dec 28. 2017

드로잉 에세이 20

깨달음

나도 은퇴하고 내려오는 게 쉽진 않았어


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내려오는 일이 쉬운 줄 알아?

힘들고 아쉬워...


아직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내려온다는 게 쉽지 않아


그래서 오랫동안 방황했어

너희들만 방황하는 게 아니라고...


근데 어느 순간 지혜랄까 요령을 되찾았어


내려놓고 버리는 지혜, 지켜야만 하는 것들에 대한 책임, 움켜쥐고 있다간

결국 모든 것을 다 놓아야 할 때가 온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겼어


물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니야

알고 있었지만 상황에 가려서 볼 수 없었지


그렇게 평안해졌어

선배 중엔 많은 이들이 우울증을 이기지 못해 병원에 입원하고 요양하고

엉망진창이야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하고 남지 물론...


더 이상은 높은 곳을 오를 투지도 능력도 없어


이제 내려와야 해


이 말, 내려와야 한다는 말

이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 거야

안 그래?

이 자리에 얼마나 머물 수 있겠어

이 좁고 황량하고 위험한 곳에서는

그 누구도 오래 머물 수는 없어


그저 조심조심,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경치도 보고 

사람들도 보고 

가족들도 다시 보며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내려오는 거야


이 말, 내려오는 것 이 더 힘들고 위험하다는 말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더라고

딱 맞는 말이 더라고


이 뻔한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많이 힘들었어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야

고맙지... 모든 것이

다 감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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