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나도 은퇴하고 내려오는 게 쉽진 않았어
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내려오는 일이 쉬운 줄 알아?
힘들고 아쉬워...
아직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내려온다는 게 쉽지 않아
그래서 오랫동안 방황했어
너희들만 방황하는 게 아니라고...
근데 어느 순간 지혜랄까 요령을 되찾았어
내려놓고 버리는 지혜, 지켜야만 하는 것들에 대한 책임, 움켜쥐고 있다간
결국 모든 것을 다 놓아야 할 때가 온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겼어
물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니야
알고 있었지만 상황에 가려서 볼 수 없었지
그렇게 평안해졌어
선배 중엔 많은 이들이 우울증을 이기지 못해 병원에 입원하고 요양하고
엉망진창이야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하고 남지 물론...
더 이상은 높은 곳을 오를 투지도 능력도 없어
이제 내려와야 해
이 말, 내려와야 한다는 말
이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 거야
안 그래?
이 자리에 얼마나 머물 수 있겠어
이 좁고 황량하고 위험한 곳에서는
그 누구도 오래 머물 수는 없어
그저 조심조심,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경치도 보고
사람들도 보고
가족들도 다시 보며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내려오는 거야
이 말, 내려오는 것 이 더 힘들고 위험하다는 말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더라고
딱 맞는 말이 더라고
이 뻔한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많이 힘들었어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야
고맙지... 모든 것이
다 감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