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글맨(A single man)

Tom Ford(2009) /감각의 제국

by bakvoy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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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로는 영화 내용 중 어느 것도 짐작할 수 없다. 특히 한국판 포스터를 보고 영화 보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해외판 포스터를 찾았다. (사실 이 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영화를 보는 대단한 기준도 없고, 지식도 없다. 무엇이 뛰어난지 어느 부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쥐뿔도 모르고 그냥 배우가 좋아서, 혹은 감독이 좋아서 본다. 싱글맨 역시 콜린 퍼스, 줄리안 무어 게다가 톰포드라니 포스터를 뒤로하고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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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매우 감각적이다. 같은 장소이지만 색감과 위치에 따라 너무나도 다른 느낌이다.

담백한 제목과는 다르게 싱글맨의 시선은 복잡하다.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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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 소련이 미사일을 쏘는 것에 관해 걱정하며 방공호니 위협이니 걱정하는 동료 교수의 모습을 보며 조지(콜린 퍼스)는 이렇게 말한다.


"감상도 용납하지 않는 세상이라면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은 아니군"


이 대사는 앞으로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미리 예고해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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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름다움에 대한 조지의 시선이 매우 노골적이고 변태 같다. 자신에게 얘기를 하고 있는 비서의 눈의 모양과 입술의 움직임 그리고 머리 모양을 관찰하고, 향수 이름을 맞추는 모습은 섬세하면서도 소름 끼친다. 수업시간에도 조지의 예리한 시선은 계속된다. 여자의 눈빛, 담배가 타는 모양과 소리, 숨이 뱉어지는 대로 흩어지는 담배연기, 무언가를 속삭이는 입술. 미세한 감각들을 짚어내는 톰포드가 정말 신통방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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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조지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아래와 위는 시간적 격차가 다르지만, 받는 느낌은 일맥상통한다. 물속에 담겨 주변이 몽롱해지고 흐린 기분, 감기약이나 수면제를 먹은 상태가 저런 것일까 매사 몽롱하게 사는 나로선, 유독 저 장면에서 깊은 연결고리 같은 것을 느꼈다.


3살인가 4살쯤 됐을 무렵, 천장까지 뻗어있는 커다란 원통에 사람들이 깊이 들어가 스쿠버 다이빙하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고 한다.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없으나 울리는 실내와 물속의 사람을 바라보는 느낌만은 정확히 기억한다. 굳이 시각적으로 표현하자면 딱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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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또 다른 아름다운 점은, 콜린 퍼스의 연기와 그의 대사이다. 영화 후반에 가서 그가 뱉는 대사와 독백들이 이 영화의 전체를 압도했다. 우리는 '연결'됐다는 느낌을 찾아 평생을 헤매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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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완전히 명료한 순간을 아주 잠깐 씩 경험해 보았다. 그 몇 초간 나는 느낀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은 예리하고 세상은 신선하다. 이제 막 시작한 것처럼 하지만 이런 순간들을 지속시키기는 버겁다. 그 순간들에 집착하지만 다른 모든 것들처럼 사라져 간다. 그러한 순간들 속에 내 삶을 살아왔다. 그것들이 날 현재로 끌어당긴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삶의 무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도록 한다.

더 많은 말들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살아 있는 것이 먹먹하다.

감각의 복잡한 곡선 끝에 마주한 현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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