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약 Nov 26. 2021

내가 이렇게 욕심이 많았나

집 구하기가 왜 이렇게 속상해 

아주 게으르게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 3월 말로 날을 잡았고, 그간 집을 알아봤다. 모든 발품을 팔고 발에 불나도록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다는데, 우리는 들어가 본 적도 없는 집을 목표로 뒀다. 나는 내일쯤 웨딩사진을 예약할까 한다. 결혼식장도 부모님이 주차장이 넓어 좋다는 곳에 한번 가보고 그대로 예약했다.  


각자 모은 돈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 결혼식에 로망도 없던 터라, 나머지는 간단하게 결정했는데, 집이 꽤나 변수였다. 열심히 사는 편이라 늘 목표도 높고 야망도 큰 나는 집도 그렇게 선택했다. 알뜰살뜰 살면서 돈도 나름 열심히 모았다. 언제나 이상은 높고, 무리하기 싫은 게 문제였다.


네가 하고 싶다는 대로 하자는 그의 말을 뒤로 두고, 혼자 끙끙 앓았다. 욕심은 욕심대로 나고, 가진 돈은 한정적이고. '내가 조금 더 모았어야 했을까, 우리는 왜 이것밖에 모으지 못했을까.'라는 미운 생각이 뱅뱅 돌았다. 뾰족한 대화가 왔다 갔다 하고, 큰 소리가 몇 번을 났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냥 속상해했다. 뜨거워 삼키지도 못하고, 아쉬워 뱉지도 못하는 사람처럼. 그는 원룸이라도 둘이라면 행복하다며 헤헤 웃었는데, 그것마저 얄미웠다. '내가 뭐가 아쉬워 그렇게 살아야 해.'라는 말만 머리를 맴돌았다. 열심히 살아도 별 것 없다는 나쁜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마침 감기 기운이 심해 머리도 꽤나 아팠다. 며칠을 스트레스받았다. 계속 속상하고, 친구들에게 울분을 토하다가 이제야 마음 정리가 됐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서 살았고, 어차피 내가 가진 분수에는 돈도 더 이상 모으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그가 이제 내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감사하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많은 걸 비우고, 물질적인 욕심을 버렸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멀었다. 그냥 내가 잘나면 될 일이었다. 들어가고 싶은 집, 가지고 싶은 차 등을 현금으로 바로 살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다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일이었다. 그저 욕심이 많은 내가, 욕심에 닿도록 더 노력해서 벌면 되는 일이다.


괜히 함께 있는 것 자체에 만족하는 그를 원망하고, 그간 열심히 다부지게 살아온 나를 원망했다. 그런 게 아닌 걸 알면서도 집 크기가 생을 사는 중간고사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젠 지나가버려 어쩔 수도 없는 일을. 징징대는 것보다 아무리 얕은 일이라도 뭐라도 하면 되는데. 몇 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되는데. 


몇 년을 살고도 왜 이렇게 살아나가는 게 미숙한지 모르겠다. 그저 별 것도 아니었다, 생각하고 지나 보내면 될 일이었다. 그래도 자꾸만 고민이 생기고, 스트레스받고, 풀어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겠지. 그러한 과정에서 다음에 조금 더 강한 내가 되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선택의 기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